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은 다르게 마련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던 길이었다. 창밖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다. 앞서 가던 1호선 전철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기차를 타면 보다 빨리 갈 수 있는데 왜 저 사람들은 굳이 전철을 탄 것일까?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 전철은 급행열차일까? 일반 열차일까?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가던 도중, 토스트기에서 빵이 다 익은 후 점프하며 빵이 올라오듯이 깔끔하게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결론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행선지를 가지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이용해서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삶과도 같다. 각 개인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앞으로 나아간다.
‘성덕’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한 덕후의 준 말이다. 여기서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표현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그렇다면 ‘오타쿠’란 무엇을 뜻할까? 오타쿠는 본래 집 안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만 하며 사회생활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정 분야에 오랜 시간 집중하여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성공한 덕후, ‘성덕’은 덕후 중 성공한 사람, 다시 말해서 한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을만한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축구팬으로서 ‘성덕’의 경지에 오르려면 어디까지 가야 할까. 2018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가 독일에 승리할 때, 손흥민에게 긴 패스를 넣어준 주세종이라는 선수를 기억하는가. 그는 1990년 안양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당시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치타스’에서 운영하던 유소년 팀에서 경기를 뛰기도 했고, 축구장 관중석에서 다른 팬들과 노래를 부르며 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 선수들은 어릴 때 좋아하던 팀에 입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에 입단하기 위한 관문인 ‘드래프트‘ 제도가 있었을 때는 특히 그랬다. 건국대학교에서 꽤 유망한 선수로 꼽히던 그를 2012년 드래프트에서 부산 아이파크가 지명하여, 그는 부산 아이파크 소속이 되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는 2016년 FC서울과 계약을 맺고 검붉은 색 줄무늬 옷을 입게 되었고, 서울 팬들이 불러주는 자신의 응원가를 듣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응원했던 팀에 입단하게 된 것만으로도 얼떨떨한데,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가까지 들을 수 있다니. 그는 2021년 FC서울을 떠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왼쪽 가슴에 FC서울의 엠블럼이 있는 것과 FC서울의 선수로 뛴 것, N석에 들려오는 자신의 응원가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자신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고 얘기했다. 이 정도면 선수이자 팬으로 그도 ‘성덕’한 것이 아닐까.
멀리 지방에 FC서울의 원정 경기를 보러 갔을 때였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버스를 타러 가는 경로에 팬들이 모여 있었다. 선수들이 나오는데 버스 타기 전에 어느 여성팬이 어느 선수와 대면하게 되었다. 무턱대고 (그 선수를) 안아보면 안 되냐며 얘기했던 것 같다.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남아 있었고, 그 여성팬은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팬들은 선수들을 늘 아끼고 사랑하지만, 사실 멀리서 바라볼 때가 더 많다. 자신이 좋아하던 선수와 포옹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녀에게는 그날이 바로 ‘성덕’한 날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축구 팬, 혹은 축구 덕후로써의 성공. 여기에 명확한 기준이 있지는 않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북현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축구장에 모여서 함께 축구를 볼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육아를 해야 해서, 어떤 이는 당장 중요한 시험이 내일이라서, 어떤 이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 전북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전북현대의 팬이지만, 그 경기장에 갈 수 없는 수백, 수천 가지 사유가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텔레비전 중계를 보면서 전북 현대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경기 끝나고 하이라이트만 보는 사람도 있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기에 대한 반응들을 살펴보는 사람도 있고,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 지만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 모두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SNS가 보여주는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올라오는 수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축구 팬들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엘 클라시코를 보러 경기장에 왔다는 소식을 전하는 사람도 있고, 오랫동안 자신이 응원한 팀의 경기를 보러 멀리 유럽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어떤 사람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며 우승트로피를 보여주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이 '성덕'한 순간을 볼 수가 있다.
나에게도 성덕한 순간이 있었다. 2016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FC서울이 전북현대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너무나 행복했다. 경기장에서 그 순간을 함께 했기에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FC서울이 우승을 확정 짓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 내 몸은 뜨거운 경기장의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또 하나. 과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공격수였던 박주영. 그는 아스널FC에서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 밀려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경기에서 뛰지 못하니 골을 넣을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박주영이 아스널FC에서 유일하게 골 넣은 경기가 있으니 바로 볼튼 원더러스와의 리그컵 경기였다. 박주영이 골을 넣고 환호하던 그 순간, 나 역시 경기장에 있었다. 내가 응원하던 선수가 머나먼 외국까지 와서 경기를 뛰며 골을 넣었다. 주변 사람들과 축구 이야기를 할 때 가끔 그 경험을 자랑하곤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고, 감정도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 그래서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일지라도 '성덕'의 순간은 매우 다르게 다가올 수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탄생한 뒤부터 지금까지 몇 명의 사람이 살았고, 지금 몇 명이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살아가게 될까. 정확한 수치가 어떻게 될지 감이 오진 않는다. 다만 그렇게 존재했고, 존재하며, 존재할 사람들의 수많은 삶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제각각 다를 것도 나는 안다. 그리고 그 사람들 머릿속에 그리는 ‘성공한 자의 모습’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남의 성공에 너무 부러워하지도 말고,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진 않았으면 한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나 또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자.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자신만의 ‘성공’을 향해 걸어가는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