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 행복했을까
한 사람에게 한눈에 반해 본 적이 있는가?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 가두 모집을 하고 있었다. 디자인 대에서 왔다는 여학생이 가입원서를 쓰겠다며 내 앞에 앉았다. 그때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에게 한눈에 반했던 때였다. 주위의 다른 여자 후배들은 뿌옇고 흐리게 보였고, 오직 그녀만 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 왕자'도 그랬다. 어느 날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씨앗이 날아왔다. 동아리 가두 모집 때 내 앞에 날아온 한 마리의 나비처럼 말이다. 그 씨앗은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운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어린 왕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에 취해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갈망에서 사랑이 시작하는 것은 250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였던 플라톤이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향연>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책 속의 가상 인물 디오티마의 입을 빌려서 플라톤은 주장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근원은 아름다움의 추구에 있다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피어난다.
하지만 사랑을 갈구하고 이뤄가는 과정에서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집중하면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어린 왕자가 그의 꽃이 있던 별을 떠난 것은 오만하고 배려심 없는 꽃과의 관계가 어색하고 불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경험은 소개팅 가서도 겪은 적이 있다. 선해 보이는 첫인상과 외모 속에서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대답도 건성건성 하는 모습에 호감은 서서히 반감으로 바뀌었다.
그렇다. 호감은 아름다운 외모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호감을 길게 이어주는 힘은 내면에서부터 나온다. 때때로 진심인 척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을 가장한 거짓은 곧 행동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말은 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면'이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피겨 여왕이었던 김연아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흘렸던 피, 땀, 눈물이 이었기에 가능했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인내심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내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도 마찬가지다. 트로이 전쟁 후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곳저곳을 떠다니며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잊지 않고 전진했던 오디세우스는 충분히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에도 이렇게 적용해볼 수가 있다. 단순히 첫인상과 외모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각자 만의 매력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은 순수함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털털함을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다. 신은 공평하게 모든 사람에게 장단점을 나눠 주셨다.
당연히 멋진 외모는 물론 중요하다. 나는 4주에 한 번씩 미용실을 가고, 때때로 볼륨 매직을 할 때도 있고, 멋진 옷을 사서 입는다. 그리고 외모를 가꾸는 것과 동시에 '진짜'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보자. 매력은 단순히 외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력은 오랫동안 정성껏 가꾼 정원과도 같다. 외모는 단기간에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만, 매력은 그렇지 못하다. 스스로 잘 가꾸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가온 나비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이다.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 어린 왕자처럼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는 행복했을까. 짧고도 길었던 여행에서 어린 왕자는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약간 소심하기도 하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던 어린 왕자는 여행하며 변화하고 성장했다.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관계에 대하여 배웠다. 지구의 수많은 장미보다 자기 별에 있는 꽃 한 송이가 왜 아름답고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는 돌아간 자신의 소행성 B612에서 꽃과 함께 콩닥콩닥 잘살고 있을 것이다. 거친 폭풍우가 지나고 난 뒤 맑게 갠 밤하늘에 우리가 볼 수 있는 별 중 어딘가에서. 지금 삶이 왠지 모르게 불행하게 느껴지는가? 혹은 만족스럽지 못한가?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면 우리는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할 때이다. 어린 왕자처럼 말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이 했던 말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실망할 것이다
돛 줄을 풀어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품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