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찾기 금지! 우리는 원 팀(one team)이다

김민재 파이팅!

by 장작가


24-25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었다. 경기를 치른 두 팀은 독일 1부 리그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이탈리아 1부 리그 세리에A의 인터 밀란이었다. 경기가 인터 밀란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난 후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던 김민재는 언론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그가 비난을 받은 것은 팀이 내준 두 골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그는 경기를 패배하게 만든 '범인'으로 몰렸고, 온갖 비난과 함께 팀을 곧 떠나게 될 것이라는 이적설에 휘말렸다.


photo-1676746424114-56d38af59256.jpg


이렇게 경기에 지고 나면, 그 경기를 돌아보며 우리 팀이 왜 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범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언론들은 자극적인 말들로 기사를 채운다. 정말 김민재가 실력이 없고 경기를 못 해서 '범인'으로 몰려야 할 선수일까? 해당 경기 장면 중 인터 밀란 수비수 파바르의 헤딩 골 장면을 한 번 복기해보고자 한다.


코너킥을 찰 때 경기장을 보면 보통 선수들 간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좋은 위치를 먼저 선점하려고 하기도 하고, 공격수가 상대방 골키퍼의 동선을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도 있고, 이를 저지하는 수비수들도 있다. 이렇게 선수들 간의 견제와 다툼이 심할 때가 코너킥 상황이다.


그런데 해당 골 장면을 보면, 파바르는 골문 바깥쪽에 있다가 달려 들어왔다. '자유롭게' 앞으로 뛰어가면서 헤딩을 따냈다. 그리고 김민재는 골문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제자리에서 점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김민재가 헤딩을 따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파바르는 어떻게 '자유롭게' 골문 앞으로 뛰어 들어갈 수 있었을까? 파바르는 키가 190이 넘는 선수인데, 그가 잘 움직이지 못하도록 견제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공중볼 경합할 때 김민재는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고, 파바르는 뛰어들면서 점프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후자가 더욱 유리하다. 몸에 더 많은 탄력을 줄 수 있어서 보다 높이 점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인데 김민재가 파바르와의 볼 경합에서 지고 득점을 내준 것이 잘못인 것일까? 심지어 김민재는 팀에 뛸 수 있는 수비수들이 없는 상황에서 쉬지 못하고 경기에 계속 나서다가 아킬레스 건 염증으로 통증이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김민재가 그동안 괴물 같은 운동 능력으로 멋진 수비를 해주긴 했지만, 그런 조건들 아래에서는 해내기가 어렵다.


photo-1582086843693-46d44a147027.jpg


겉으로 드러나는 '범인'을 찾고자 한다면 쉽게 눈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만 보고 그 경기를 망친 이를 판단하면 안 된다. 팀이 경기에서 진 것은 수비수가 제 역할을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공격수가 득점 기회를 잘 마무리하지 못한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10번 슛을 시도해서 한 번도 넣지 못한 공격수가 있고, 9번 수비를 잘하다가 한 차례 작은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 물론 수비수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겠지만, 사전에 공격수들이 득점에 성공하여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면, 수비수들도 그렇게 고생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 결정적 장면만 보면 어느 특정 수비수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겠지만, 경기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범인 찾기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짓이다. 축구는 팀 단위로 하는 운동 경기다. 팀 이름 뒤에 이긴 경기 횟수와 진 경기 횟수, 혹은 비긴 경기 횟수가 누적되어 계산될 뿐이다. 팀의 이름으로 이기고, 팀의 이름으로 진다. 복싱이나 태권도와 같은 1 대 1 대결 종목들은 선수간의 대결 기록이 승과 패로 기록되겠지만, 축구는 다르다. 포르투갈이 아르헨티나한테 졌다고 해서 호날두 1패, 메시 1승 이렇게 기록하지 않는다.


결국 팀의 이름으로 이기고, 팀의 이름으로 진다. 유니폼 전면에 박혀 있는 엠블럼이 바로 너와 내가 한 팀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표시이기도 하다. 승리하더라도 팀의 실적으로 생각해야 하며, 패배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바이에른 뮌헨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봐야겠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그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는 부상을 안고 뛰고 있던 상황이었다. 부상을 당해서 몸이 불편한 선수가 있어야 할 곳은 경기장 안이 아니라 병원이나 집이다. 그런데도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인 빈센트 콤파니는 김민재를 경기에 투입하였다. 김민재가 아닌 다른 이를 그 위치에 투입했다면 팀이 실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면 감독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감독에게도 김민재 말고는 믿고 쓸 만한 수비수가 없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1군에 4명의 수비수가 있었다. 프랑스 국적의 다요 우파메카노, 일본 국적의 이토 히로키, 잉글랜드 국적의 에릭 다이어, 그리고 김민재. 그런데 해당 경기에 다요 우파메카노와 이토 히로키는 부상으로 인해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에게 쓸 선수가 없다는 것은 선수단의 이적과 방출을 진행하며 선수단 구성에 도움을 주는 운영진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부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시즌이 시작 전이라면 뭔가 손을 쓸 수도 있겠지만, 이미 한창인 경우라면 방법이 선수를 새로 영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이적 시장이 열리는 기간 동안 가능하다).


부상은 당했지만, 제한된 시간이나마 뛰는 것이 가능한 김민재를 최대한 출전 시간을 조정해 주는 것이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빈센트 콤파니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린 선수들을 투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경기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챔피언스리그였고, 8강전이었으며, 상대팀 역시 이탈리아의 강팀이었던 인터 밀란이었다. 바이에른 뮌헨과 인터밀란의 경기라면, 두 팀 모두 이길 수 있고,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거의 50 대 50의 싸움으로 봐도 된다는 말이었다.


이런저런 상황들을 봤을 때, 콤파니에게도 책임을 돌리는 것도 어렵고, 선수단 구성을 한 운영진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려우며, 김민재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렵다. 결국 문제의 원인을 한 개인에서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원인은 팀 내부에서 왜 이런 상황을 초래했는지 면밀히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들을 찾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축구는 한 개인의 능력이 우수해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누군가의 약점은 다른 선수가 보완해 주며, 개개인의 강점은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잘 조직된 팀이 승리할 수 있다. 선수단은 25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지만, 각각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원 팀(one team)이 되어야만 계속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photo-1641822045611-29d5cbea4c41.jpg


지난 24-25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던 김민재는 건강하게 돌아왔다. 여름 동안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국적의 요나단 타라는 선수를 영입하며 수비를 보강했다. 25년 10월 현재 김민재는 다소 주전 경쟁에 밀려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시즌은 길고, 바이에른 뮌헨이 치를 경기는 많다. 김민재가 건강한 몸으로 경기를 뛰며 팀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 준다면, 그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고생한 만큼, 그가 이번 시즌에는 아프지 않고 많은 경기 뛸 수 있었으면 한다. 김민재, 파이팅!

keyword
이전 14화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승부차기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