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서 배운 인생의 법칙
승부의 세계는 치열하다. 공 하나를 두고 두 팀으로 나눠서 치열하게 맞붙는 축구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듯이 축구 경기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알 수 없다.
2018년 광복절, 나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있었다. 그날은 FC서울과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다. 수원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선수 중에는 팀을 옮긴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어색해 보이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그 선수는 바로 데얀 다미아노비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FC서울 소속으로 수많은 골을 넣었던 그였다. 우리 팀의 기둥과도 같았던 선수였는데, 그 선수를 데려간 수원삼성도 싫었고, 굳이 라이벌팀으로 팀을 옮긴 데얀도 싫었다. 분명 다른 팀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그 팀이란 말인가. 나는 데얀이 FC서울과의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하게 되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데얀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득점하는 데 성공했다. 수원삼성의 한 선수가 데얀을 향해 긴 패스를 했다. 그리고 데얀은 공을 살짝 컨트롤하면서 FC서울 수비수 2명을 제쳐냈다. 그리고 사정없이 골문을 향해 슛을 했다. 그리고 그 공은 FC서울의 골키퍼를 지나서 골문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순간 멍했다. 내가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다. 데얀은 FC서울에서 하던 것처럼 골문 앞에서 침착하고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만, 데얀은 FC서울의 팬들을 위해서 골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계속 멍 때렸을지도 모르지만, 주심의 경기 재개 호각소리와 함께 FC서울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응원도 계속되었다.
라이벌 팀 간의 경기답게 경기는 매우 박진감이 있었다. FC서울은 고요한의 골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후반 90분이 다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점수는 동점이었다. 그리고 추가 시간으로 4분이 더 주어졌다. 4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골을 만들어 내는 데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다.
경기 시작 후 90분 정도가 되면 선수들의 발은 무뎌진다. 그런데 점수가 동점인 상황이라면, 한 골을 먼저 넣는 팀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상대팀이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팀의 골문을 흔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 양 팀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는 말은 그런 경기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추가 시간으로 4분이 주어졌는데,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FC서울의 크로스가 나왔다. 공중으로 날아온 볼을 차지하기 위해서 두 팀의 선수들이 붙었는데, 공이 수원삼성의 골문 앞에 있었던 안델손에게 흘렀다. 바로 슛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자세였다. 그런데, 안델손은 볼을 부드럽게 트래핑하면서 자신의 바로 앞에 살짝 공을 띄웠다. 그리고 바로 슛으로 연결했다. 그 공은 상대팀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굴러갔고, 두 팀의 점수는 2:1이 되었다.
더 이상의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전후반 90분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었던 두 팀의 승부는 추가 시간에 안델손의 한 골로 결정되었다. 무승부로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주심의 종료를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집중하며 최선을 다했던 FC서울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군대에서 몰래 봤던 만화책 중에 <슬램덩크>가 있다. 내 학창 시절 친구들이 즐겨 봤던 만화인데 나는 늦게 보게 되었다.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시합 종료’라는 대사가 나온다. 경기는 시간이 지나고 주심의 휘슬이 불리면 저절로 끝나게 마련인데, 그 대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렇다. 주심의 휘슬은 내가 부는 것이 아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나는 이 게임에서 졌으니 빠지겠다는 것과도 같다. 끝까지 상대와 부딪쳐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적어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거창하진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하나씩은 있다. 때론 그것이 무척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해도 나는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슬프기도 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 그로 인해서 우울해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라면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은 당신이 부는 것이 아니라 주심이 분다. 스스로 먼저 못하겠다고 물러나는 순간. 그때 우리는 패배한다.
축구는 90분이지만, 인생은 길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짧기도 하지만 우리가 뭔가 이뤄 나가기에 충분히 길다. 나의 눈앞에 있는 모든 일들이 내가 생각한 대로 안 될 수도 있다. 내가 계획한 일들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나에게서 나의 꿈도 멀어져만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임 속에서 포기하는 순간이 종료라는 말처럼, 포기하면 우리의 꿈도 끝나게 된다.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더 오래 꿈꾸고, 더 오랫동안 그 일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좋겠다. 긴 시간 동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보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그 가능성을 스스로 던져 버리는 행위와도 같다. 그 가능성이 너무나 낮아 보인다 하더라도 이를 완전히 포기해 버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공은 둥글다. 그리고 축구에서는 공을 발을 이용해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마음먹고 정확하게 찬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차고자 했던 방향으로 정확하게 날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목표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 오랜 고민과 고뇌 끝에 결정을 내리고, 여러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그 계획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나에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내 앞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발생한다면, 처음 세웠던 계획대로 이어 가는 것은 어렵게 마련이다.
그래서 혼자서 답답해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볼 때마다 얘기해 주고 싶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이 문구는 2022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약체 팀이 첫 경기를 패배한 후 소감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첫 경기를 졌기에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 힘든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끝까지 가보려는 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세상 일이 본래 우리 뜻대로 우리 마음먹은 대로 다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노력이라는 게 필요하다.
어떤 일이 힘들고 어렵게 다가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보자.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