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세이 43
크리스마스이브날. 모두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서울은 눈이 온다고 하는데 포항에 살고 있는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창문에 낀 서리 사이로 보이는 추운 겨울을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어졌다. 캐럴을 연주하고 싶어 집에 모아둔 악보집을 꺼내 캐럴들을 하나씩 연주한다. 오랜만에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신나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낸다. 여기 그림에 한 소녀가 기타를 치고 있다. 하얀 드레스에 노란 소매가 있는 옷을 입은 소녀는 옆사람을 바라보며 기타를 연주한다. 화가가 그린 소녀의 옆에 있는 사람은 기타 연주에 맞춰 춤을 출까? 노래를 할까? 기타를 잡은 소녀의 손이 심상치 않다. 여러 번 연주한 솜씨인 듯 능숙하게 기타를 잡고 줄을 튕기고 있다. 갑자기 처음 기타를 연주하던 때가 생각난다. 성당 밴드 연습을 하면서 기타를 처음 손에 잡고 기타를 배우던 때에 미사에 들어가는 음악의 코드와 ‘젊은이여 노래하라’라는 청년 성가집에서 가장 쉬운 코드만 있는 곡들을 연주했다. 처음에는 Am 코드 하나 배우는데도 쩔쩔맸는데 코드들을 연결하고 하나의 음악을 연주할 때 소름이 돋았다. 나도 연주를 하는구나 하고 기뻤던 기억이 난다. 내 기타는 옷방 구석에 처박혀 잠을 자고 있다. 기타를 꺼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어졌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먼지 털어낸 기타를 들고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