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모과나무, 단풍나무, 감나무가 있다. 남편이 마당에 있는 나무를 베어냈다. 사람 허리만큼 오는 단풍나무는 계속 잎이 떨어져서 청소할때마다 힘들었다. 베어지고 밑둥만 남기고 잘라내 버렸다. 왼편에 있던 모과 나무는 하늘을 치솟아 오른 가지들을 예쁘게 정리 하였다. 올해는 작년만큼 모과가 많이 달리지 않기를 바라며 가지를 쳤다.
오른쪽에 있는 감나무는 지저분한 껍질들을 벗겨내서 줄기를 매끄럽게 해주었다. 이 일은 매년 겨울이면 한번씩 하는 월례 행사이다. 이렇게 마당을 정리해주고 나면 마당에 있는 나무들은 다시 성장을 시작한다.
뿌듯한 마음에 주택에 사는 지인에게 마당 정리를 하였다고 톡을 보냈다. 바로 전화가 왔다. “나무를 더 베어 내야 할텐데 나중에 전깃줄 타고 가면 관리하기 힘들어 사람 키보다 살짝 크게 잘라내” 스피커 폰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편이 다시 톱칼을 들었다. 2 시간을 열심히 톱질하는 소리가 마당에서 들린다. 수업이 있는 나는 도와 주지 못하였다. 오늘따라 햇빛이 강하고 바람은 많이 불었다. 땀이라도 많이 흘리면 추울텐데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수업 후 마당에 가보니 남편보다 조금 큰 크기의 모과 나무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감나무 또한 매끈한 줄기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하다. 베어낸 가지들을 가지런히 모아서 마당 뒷편에 정리도 하였다. 가을이 지나 떨어진 나뭇잎들도 청소 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좁아보이던 마당이 넓어졌다. 이제 담장쪽으로 허브들과 수국들을 봄에 심어서 마당을 예쁘게 꾸며 줄 계획이다. 강아지가 마당청소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2층에서 와다다 뛰어왔다. 넓어진 마당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는 마당 중간에 자리를 잡고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한다. 그 모습에 마당 청소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고생한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남편이 가지를 자른 곳에 종묘사에서 산 약들도 다 발라주어서 올해에 가지들을 낮게 키워서 모과나 감을 쉽게 따보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집에 이사올때 전에 살던 주인분께서 마당에 감나무, 모과나무가 잘 자라지 않을거라고 했다. 우리가 이사 온 후 매년 많은 양의 감과 모과가 나서 주위에 나눠주기 바쁘다. 남쪽에 위치한 마당에 햇볕도 충분하고 우리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강아지가 열심히 비료를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당에 과실이 상상을 초과할 정도로 열린다. 그 덕에 남편과 나는 매년 사다리를 타고 모과를 따거나 잠자리채를 닮은 도구로 높이 있는 감들을 따고 있다.
이 마당에는 사계절 매년 다른 꽃들도 피어난다. 봄이 시작되는 3월에 목탄이 일주일동안 피어난다. 꽃이 아주 커다란 목탄이 피면 마당에 꽃 향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마당으로 향하는 문을 항상 열어 놓는다. 목탄이 핀 후 2 3주가 지나면 담벼락에 수줍게 수선화가 하나 피어난다. 이 수선화는 신기하게도 한해는 피어나고 한해는 줄기만 솟아오른다. 작년에 수선화가 피지 않아서 올해 수선화를 볼 수 있다. 5월이 되면 장미가 담벼락을 뒤덮어버린다. 한달 동안 피는 장미덕분에 마당이 예쁘게 변신 할 수 있다. 5월 말이 되면 작약이 5송이 난다. 우리가 이사 온 해에는 2송이의 작약이 피어 났지만 지금은 5개의 작약이 되었다. 따로 꽃을 심은 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마당에 뿌리를 두고 매년 만나는 꽃들에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마당에 꽃씨를 뿌린적도 있다. 채송화 씨앗을 심어보았는데 마당으로 던져지는 택배 때문인지 싹을 트지 않았다.
단풍나무를 베어내어 넓어진 마당에 로즈마리 같은 허브를 심을 예정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수국도 마당 한 켠에 심어보려한다.
어릴때부터 식물을 키우면 식물들이 일주일을 살지 못했다. 초등학생때 관찰일기를 쓰면 항상 ‘싹이 돋다가 죽어버렸다.’로 끝나는 일기에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일기장을 쓰지 못하던 추억이 있다. 결혼 전 직장을 다닐때도 사무실에 둔 다육이들이 내 책상에만 오면 생명을 잃어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여 일명 ‘식물킬러’였다. 나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구나 생각했는데 주택에 살면서 그리고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선물해주는 다육이들과 큰 화분들을 햇볕이 잘 두는 곳에 놓아두고 흙이 마르면 물을 주다보니 어느새 ‘식물집사’가 되었다. 우리집에만 오면 다육이들이 줄기들을 만들기 바쁘고, 아이비식물은 볼때마다 줄기를 뻗고 있다. 분갈이에 실패해서 이별한 식물도 있지만 대체로 식물들이 나와 잘 동거하면서 산다. 어쩌면 결혼 전 만난 식물들은 내가 보살펴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환경이 식물들이 자라기 어려웠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마당을 청소하고 이제 봄을 기다리고 있다. 봄이 와서 화원에서 마당에 심을 꽃들을 고르는 상상을 해본다. 얼른 그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