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너를 잃을까 두려웠던 밤
수영장 물빛은 유난히 흐릿했다.
햇살 대신 비 냄새가 하루를 가득 채운 오후였다.
잔잔한 빗방울이 수면 위에 작은 원을 그렸고, 그 위에서 바니는 둥실둥실 귀엽게 헤엄쳤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조용히 스며드는 여름의 끝자락, 그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았다.
다음 날, 바니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간만의 수영에 지친 걸까 싶었지만, 어딘가 낯선 불안이 마음을 건드렸다.
과잉 진료가 없다고 소문난, 집 근처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그 말이 꼭 좋은 뜻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날 알았다.)
선생님은 바니의 허리를 만져보며 웃었다.
"너무 열심히 놀았네요."
침을 한 대 맞고 돌아오는 길, 나는 바니의 기운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확신했다.
집에 돌아와 세 시간쯤 흘렀을까. 짧은 시간 동안 세 번의 발작이 찾아왔다.
나는 그저 아이를 품에 안고,
눈을 지그시 눌러주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 번의 발작이 끝나자마자, 평소 다니던 24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때쯤, 바니의 생식기에서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궁축농증이었다. 밤이라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침 첫 수술로 잡아드릴게요."
그날 밤, 바니와 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깨어 있었다. 바니는 불편한 듯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상실감과 중성화를 진작 해주지 못한 후회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세었다. 빨리 아침이 밝기만을 바라면서.
1초라도 늦을세라 병원으로 달려갔다. 긴박한 상황만큼, 바니는 바로 처치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레 말했다.
"발작이 있는 친구라, 마취가 조금 더 위험합니다. 깨어나지 못할 확률이… 약 20% 정도 됩니다."
그 말이 내 귓가에 오래 남았다. 친절함 속에 스며든 차가운 말들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수술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조용히 울었다. 기다림이 이토록 길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수술은 잘 끝났어요."
그 말을 듣고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바니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내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
며칠 동안,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바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나 면회를 가게 되면 바니가 흥분할까 싶어 참았다.
빈혈 수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아 결국 수혈을 했다.
하루, 또 하루. 조금씩 기운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메시지로 확인하며 비로소 안도했다.
퇴원하던 날, 바니는 병원에 왔던 날과는 전혀 달랐다. 그사이 병원을 접수라도 한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기 병원에서 키우는 강아지예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스태프들이 바니를 향해
"귀여운 바니! 이제 퇴원이에요? 아쉽다~" 하고 인사하는 장면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느껴졌다. 고맙고, 정말 다행이었다.
바니가 퇴원하고 활기를 되찾으니, 내 세상도 다시 평범하게 돌아온 것 같았다.
삑삑이 소리, 헷헷거리는 숨소리, 프로펠러처럼 흔들리는 꼬리, 가끔 눈치 없이 루피 꼬리를 밟아 냥펀치 맞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조금씩,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