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토요일

by 베리바니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게 하기로 했다.


토요일마다

괜히 계획을 세웠다.

쉬는 날인데도

해야 할 일 목록이 머릿속에서 먼저 깨어났다.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았고,

미뤄둔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았고,

그래야만

제대로 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날의 끝은 늘 비슷했다.

한두 가지를 억지로 해내고 나면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다른 선택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의욕이 없는 날에

무언가를 더 보태면

하루는 금방 무너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오늘은

잘하지 않아도 되고,

회복하지 않아도 되고,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된다.


운동을 못 해도

죄책감을 만들지 않고,

글을 안 써도

나중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하나만 지키기로 했다.


하루를 밀어붙이지 않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내일을 남겨두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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