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미웠던 다섯 살이 끝나고

다섯살, 엄마의 성장통

by 육부인

두 돌이 지난 둘째가 "시여", "아니야" 다음으로 자주 쓰는 말은

"저이 가!"

혼자 뭔가 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 또는 엄마가 그냥 싫을때?-_-

어젯밤 자려고 누웠는데 또 나보고 가라고 난리인 것을 보고, 다섯살 첫째가 흉을 보기에 "너도 그랬었어"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아가 때 그랬어?"
"아니, 얼마전에. 다섯살 되고나서 유치원 다니기 시작했을때. 기억 안 나?"
"에엥~?"
"엄마 싫어, 엄마 나가, 그래서 엄마가 진짜 주니만 두고 잠깐 나간적도 있어."
"진짜?"


난 그냥 웃으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주니는 더 심한 말도 했는데...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었어."
"......"


여기에서 아이는 리액션을 잠시 멈추었다. 불과 몇 달 전, 폭풍의 3월 이야기인데 전혀 기억을 못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듯...


"그 얘기 들으니까 눈물 날 것 같애."

아닌게 아니라 진짜 울먹이는.

"...왜? 미안해서?"
"...응.... 화는 풀렸어?"
"그럼~ 지금은 괜찮아. 그땐 속상하고 서운했지만.."
"그 얘기 그만해. 눈물 날 것 같아."
"하하... 엄마도 눈물 날 것 같다."

나도 눈물..까진 안 났지만 코가 막혔다. (훌쩍..ㅠㅠ)


"근데 어떻게 화가 풀렸어?"

자기가 생각해도 보통의 사과로 풀릴 일은 아니었다 싶었는지.

"주니가 그 뒤로 계속 엄마 좋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해주고 많이 웃고.. 그러니까 풀렸어. 중요한건 지금이야. 주니 지금은 엄마 어때?"
"엄마가 너~~무너무 좋아."

품속으로 폭 파묻힘.
나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엄마도 주니 너무너무 사랑해.."

불과 몇달전의 일이 수백만년 전의 일처럼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4말 5초, 지나고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아이의 감정과 요구사항이 복잡해지지만 표현력이 아직 따라주지 못 하는 시기, 그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기(애완동물과 큰 차이 없는)에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 명확한 인격체로 넘어오는 시기. 그래서 엄마인 나 역시 역할, 대화법, 태도, 포지션을 올바르게 잡지 못해 방황했던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터널을 빠져나오고 보니 곧 6살이 되는, 이제는 제법 친구같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큰 아이가 내 앞에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미운 3살과 미운 5살 자매를 키웠고, 또 밉다밉다 하는 7살이 저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기를 잘 극복하고 나면(그게 쉽지 않지만) 내 아이도, 그리고 나도 부쩍 성장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조금은 담대하게 다음 성장통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섯살, 미워도 다시 한 번.

모든 미운 나이를 겪는 아이와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 올 한 해, 저와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힐링 도서들을 추천합니다.

<고함쟁이 엄마>

<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

<혼나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화났다>

<화가 나서 그랬어>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엄마가 정말 좋아요>

<착한 엄마가 되어라, 얍!>







함소아 앱에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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