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퇴원, 그리고 6개월 동안

신장 기능 20%였을 때의 일상

by 육부인

2011년 남편의 응급실행, 열흘간의 입원, 그리고 퇴원...

화마가 휩쓸고 간 뒤, 우리의 일상은 조금 변했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 매우 흔하지만, 잘 모르는 그들-신장병 환자들의 일상 이야기를 남겨보려 한다. 이 회차는 일반적으로 만성신부전증의 중기 즈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신부전증 자체가 증상만으로는 초기 발견이 힘들다. 건강검진표 꼼꼼하게 챙겨 보시길...



가장 큰 변화는 식단


신부전증 환자의 기본 공통 식단 수칙은 '싱겁게'!

단백질 섭취 역시 줄여야 한다. 고기 위주의 식단은 피한다.

그리고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칼륨, 인, 당류 등의 섭취도 제한된다.

먹지 말라는게 너무 많다보니 열량을 채우려면 볶음, 튀김 위주의 반찬을 먹여야 했다. 보통 몸에 좋은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야채들도 대다수가 칼륨이 풍~부해서 적게 먹거나, 물에 한참 담궈 칼륨을 뺀 후 조리해야 했다.


여러 수치가 나빴던 퇴원 직후에는 식단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아침마다 출근 전에 도시락을 싸주었다.

고추장, 된장, 간장, 소금을 쓸 일이 없어졌다. 간이 되었다는 착각을 준다는 고춧가루, 카레, 발사믹식초, 후추를 주로 활용했다. 식재료 본연의 맛들을 알게 되었다. 나까지 덩달아서...

가지가 원래 이런 맛이었구나 하고 놀랐다. 무침으로만 먹어왔던 가지를 들기름에 간도 안하고 구워 먹었다. 거의 모든 요리에서 들기름이 완소 아이템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요령도 생기고, 간을 안 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과 비교적 건강한 식단이 나오는 밥집을 발굴하면서 도시락은 접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남편이 술을 마시지 못 했고, 누구도 술을 권하지 못 했다. 매일 저녁 심심한 음식들이 밥상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먹는 점심 때마다 허기를 달래듯 자극적인 메뉴를 찾았다.



운동을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는 마침 인센티브를 두둑히 받았다. 그 돈으로 회사 앞 헬스장에 남편과 함께 6개월을 등록했다.(둘이 회사가 가까웠다)

평소 건강관리라고는 전혀 안 하는 남편은 조금이라도 재미를 붙여보라고 헬스장의 골프강습에도 등록시켰다. 골프강습 후 러닝머신에서 30분 걷기를 주 3회씩 꾸준히 하도록 했다.

덩달아 나도 같이 운동하면서 컨디션이 좋아졌다.



6개월 후, 뜻 밖의 효과


처음엔 매주 하던 혈액검사 주기가 차츰 길어졌다.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으로.

크레아티닌 수치도 입원 초기에 6까지 갔던 것이 몇달 사이 3 전후로 떨어졌다.

혹시 만성신부전증이 아니고 급성으로 온 것이어서 그냥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아직 무지했던 우리는, 퇴원 당시 남은 신장기능이 20%라는 말을 들었어도 크레아티닌 수치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듯이 신기능도 드라마틱하게 오르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장기가 아니었다.


외래검진때마다 쭉쭉 떨어져주던 크레아티닌(cr) 수치가 3 언저리에서 그 변화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정상수치는 보통 0.5~1.2 정도로 보며, 6 이상이 되면 환자의 다른 수치들과 증상에 따라 투석을 준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 힘이 빠졌다.


그 무렵... 나는 결혼 3년만에 처음으로 임신 스트레스에서만큼은 완전히 해방(?)된 채 남편 따라 열심히 운동하면서 생체 리듬이 최상이었다. 한 달에 두번 세번씩 해보던 임신테스트를 6개월간 한번도 안 했다.


남편의 몸 상태는 차치하고, 임신 부담도 떨치고 컨디션도 확 좋아진 나의 몸에 씨앗은 필연적으로 싹을 틔웠다. 임신 생각을 안 해야 임신이 된다는데 그게 참 인위적으로 되는게 아니었건만...


2012년 1월, 용띠 해에 남편이 용꿈을 꾼 다음 날,

우리는 첫 아이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새옹지마...

그 때 당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사자성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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