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천한 개구리의 올챙이 적 생각

by 육부인

집이 한창 어려웠던 시기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강원도로 전학을 갔다.

겨울방학이 지나면 친구들은 너도나도 스키장에 다녀온 이야기들로 화기애애했다. 강원도는 집에서 차 타고 30분만 가면 스키장이 있다보니 스키 잘 타는 친구들도 많고, 수능 끝나고는 스키장 알바하는 친구들도 많은 동네다.

집에서 스키 이야기를 한 번 꺼냈더니 스키장은 엄청 비싸다고 하시는데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접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어릴 때 스키를 배울 기회는 얻지 못 하고, 그 후에는 시기를 놓쳐 스키 배우기가 애매해졌다. 나에게 스키는 너무나 호사스런 스포츠였다.



며칠 전 수영장에 가고싶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실내 워터파크에 다녀왔다.

전 날 가족모임에서 삼겹살을 사고, 그 다음 날 워터파크에서 놀고 나와 외식을 하면서 남편이 이틀동안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돈 쓰는건 왜이리 쉽냐며 웃는다.(버는건 힘든데 말이지...)

하지만 '별로 한 것도 없다'니. 무슨 소리야.

우리가 그냥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가족모임, 워터파크, 외식... 이런게 누군가에게는 너무 호사스러워 그냥 접어야 하는 일일 수 있다. 전혀 한게 없지 않다. 식구들끼리 모여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고,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고 물에 뜨는 요령을 알려주며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줬고, 배고플 때 먹고싶었던 음식을 고민 없이 바로 사먹었다. 이 모든게 얼마나 큰 여유이고 행복인지...


운동은 역시 어릴 때 배워야 한다며 애들한테 이것저것 권해보는 내 모습이 참 낯설다.

남편한테 묻는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부자가 된걸까? 그보다도 내 팔자가 좀 나아진게 크겠지?


넌 정치를 해도 힘들었을 때 잊지 않고 서민정책 펴겠다며 웃는다.


세상에 힘들게 사는 사람 정말 많다. 지금의 작은 행복도 감사할 줄 알고, 힘든 이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어느 작고 미천한 개구리의 올챙이 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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