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reamingliz
May 05. 2024
타고난 집순이
집에 있는 게 좋고, 집에 있으면 무얼 하지 않아도 매번 바쁘다.
나름의 일정표가 차곡차곡 정해져 있는데,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그 일정이 모두 집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일정표엔 가끔 아침 머리 감기, 식사 후 설거지 하기와 같은 평상시의 일상에서는 매번 이뤄졌던 루틴이 빠질 때가 있다.
이건 집순이라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숨겨둔 내 게으른 속사정과 더 가깝겠지만 아무튼,
아침에 늦잠을 늘어지게 잘 수 있다는 것,
아침에 눈뜨자마자 곧장 욕실로 직행해서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세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휴일의 집순이에겐 어마어마한 행복감과 하루 전날의 설렘까지 선물한다.
하지만 그게 어느 순간 후회가 되는 지점이 온다는 것이다.
바로 오후쯤. 오후에서도 특히나 내가 평상시였다면 퇴근을 앞두고 열심히 일 할 시간대를 맞이했을 때쯤?
그런 순간에 나는 조금씩 오늘 하루에 대한 아쉬움을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 빠진 것 같은 이 찝찝한 기분은 뭘까?하며
휴식은 필요하다.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필요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반추해 보면, 그 찝찝함은 내가 삶을 운영해 나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빠뜨렸을 때 나온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귀찮지만 잠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일상복으로 갈아입는 것.
당장에 하지 않아도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지만, 먹고 난 그릇들은 바로 주방으로 옮겨, 설거지 타임을 갖는 것.
뒹굴뒹굴 머물렀던 곳을 쓱쓱 닦아두는 것
이렇게 평상시 해왔던 내 삶의 기본적인 루틴들?
이게 빠져서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꼈을진 모르겠지만
하지 않음으로써 불편함과 찝찝함을 동시에 느꼈다는 것이 맹점이다.
제대로 쉬지도,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는 마음이 그 아쉬움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규칙을 정했다.
하루종일 집에 있더라도, 내 삶을 이루었던 내 생활 규칙들은 그대로 이어서 갈 것.
그런 후에, 미련이 남지 않도록 제대로 쉴 것.
그러면 뒹굴뒹굴 누워있어도 거리낄 것 없이 만족스러운 집에서의 하루를 만끽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