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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ingliz May 08. 2024

이 사람 참 매력적이다

유튜버 '원지의 하루'

새로운 유튜버에게 마음을 뺏겼다.

유튜버 원지의 하루


가장 기억에 남는 그녀의 모습을 꼽으라면 의외로 올리브영 유료 광고장면이다.


케이블 드라마를 보다가 제일 짜증 나는 순간이 있다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끊고 지나가는 1분간의 광고일 것이다. 맥이 빠지는 실망스러움이 싫어서, 나는 일부러 OTT QUICK VOD로 시청을 하곤 한다. 본방송 시작하고 10분 뒤쯤에 퀵 비디오를 켜면 광고 장면이 나왔을 때 바로 10초 뒤로 휙휙 넘길 수 있으니까.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난데없는 광고도 싫은데, 마치 내 취향을 다 알고 있는 걸 전제로, 내 심장을 대놓고 자극하는 광고를 앞에 내놓으면 그건 더 싫다는 것이다. 시끌시끌하게 갑자기 내 정신을 혼을 나가게 하는 맥커터가 싫은 것인 아니면 광고에 휘둘리고 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인지 아님 둘 다인지.


이런 상황이니

유튜브를 보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바로 내가 좋아했던 채널에서 유료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찾아온다. 구독자가 조금씩 늘다 보면 어느새 광고가 붙고, 브이로그를 보려고 하면 일상보다는 절반 이상의 광고로 영상이 뒤덮일 때, 순간 나는 구독을 취소하는 패턴을 반복할 때가 있었다.

어느샌가 유튜버의 상황과 선택이 배제된 채로, 일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채로 그저 광고로만 존재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게 내게 의미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그런데 원지의 하루에서는 좀 달랐다.

영상 속에서 광고에 접어들었을 때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굳이 들지 않았다.

그냥 그것조차도 그녀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났기 때문일까?

광고를 넘어서 광고 촬영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일상을 탐색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더 어울리겠다.


30대 여성이라면 모르기가 더 힘든 올리브영 베스트템 '아이소이 흔적세럼' (광고 아닙니다.)


이걸 처음 보듯, 이렇게 좋은 게 있었냐는 표정이 디폴트였던 그간의 유튜버들과 다르게

유튜버 원지는 이렇게 말한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면 가게 되는 곳이 바로 올리브영이라고, 그런데 올리브영에서 항상 1등 하는 세럼이라고 익히 들어왔는데 발라보진 않았다고 이렇게 직접 써보게 되니 반갑다며 남들과는 다른 포인트에서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어라라, 그 다른 포인트가 내게는 더 공감이 되는 거다.


세수를 하고 나와서 붉어진 민감한 피부에 세럼을 턱턱 바르면서

이게 붉은 기 진정에 좋다고, 그리고 촉촉한 질감도, 향도 좋다며

이미 한통을 다 비웠고, 두 통째지만 이거는 계속 쓸만하겠다고 말한다.


지난날 하루종일 에스테틱으로 이미 피부관리가 완료되었든, 이미 피부가 너무 완성형이었든

다른 광고에서 보았던 푸딩같이 매끈한 모델 피부가 아닌,

붉은 기 진정이라는 이 기능을 제일 필요로 할 것만 같은, 자연스러운 생얼을 보여주는 이 유튜버에게 광고는 이미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어, 보는 나로 하여금 공감하게 되고 심지어는 끄덕끄덕 설득당하게 되는 분위기기까지 만들어 낸다.

다른 오일, 크림을 요란하게 덧붙이지 않고

이거 하나 바르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정도면 나도 뷰티유튜버다라고 말하니

웃음이 절로 나며

오히려 저 하나로 건조함이 충분히 잡히는구나 하고 호기심이 이는 것이다.

오히려 더 광고스러워졌는데, 중요한 건 보는 나는 지루한 광고를 감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와 이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구나. 자연스러운 일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매력을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감탄이 의외의 지점에서 일었다.


그녀는 불편하지 않게 솔직함을 드러내는 재주가 있었고,

다소 기이해 보이기도 한 생각들을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센스가 있었다.

그냥 라디오 틀어놓을 때처럼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집중하며 보면서 또 깔깔거리며 에너지를 쓰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이게 홀렸다는 말이 아닐는지.


솔직함을 드러내는 것이 바보처럼 여겨질 때도 있는 요즘 같은 때에 가슴 한편에 품어 두기만 하고 쉬이 누구 앞에서 꺼내보지 못했던 그 마음들을, 원지의 하루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밥친구로 제일 먼저 꺼내보게 된다.

늦게 접한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이 들 만큼

아직 남아있는, 볼 수 있는 영상이 많이 남아서 마음이 안도감이 든다.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렇게나 재밌구나'

이렇게 생각의 확장이 일어서

나의 일상을 다시 볼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써봐야겠다는 의외의 열정도 피어난다.


무튼 그렇다는 이야기드리면서

참 매력적인 유튜버다. '원지의 하루'




(사진 출처 : YOUTUBE 원지의 하루 프로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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