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헤어져야만 보이는 것들

by 꿈꾸는루다


오래된 것이 주는 익숙함




KakaoTalk_20231117_115657531.jpg 식물원에 있던 바오밥나무


길들인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어린 왕자 중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는 98년 폰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고 전화번호도 010으로 바뀌어야 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바꾼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통신사가 나에게 오래 사용했다고 대단한 혜택이 주는 것도 아니다.

폰도 마찬가지여서 한번 사용하면 거의 고장이 나지 않을 때까지 사용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AS센터에서 수리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LG 폰을 한동안 오래 사용했고 이것 역시도 LG가 폰 사업을 접으면서 삼성 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한번 사용한 것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지인들은 짧게는 10년 , 친구들은 20~30년 지기들이어서 오래간 만에 만난다 하더라도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다. 그건 이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사람이든지 사물이든지 이미 길들여져 익숙함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점도 있었다. 이런 익숙함은 때론 헤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점도 있다.




어린 왕자의 여우가 말한 것처럼 너와 나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고 믿었던 6년을 사귄 사람과 이별했었다. 나는 사귀는 6년 동안 헤어지자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상대방은 사귀는 동안 헤어지자는 말을 2번을 했었고 그때마다 잡은 사람은 나였다. 그 헤어지자는 이유가 부당하고 그 사람의 행동이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인내심을 시험해도 나는 그 사람을 잡았다. 그땐 그 사람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 사람과 지금 헤어지면 나의 시간이 부정당하고 다시는 사람을 사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그 사람과 사이에서 항상 나를 약자로 만들었다.

3번째 헤어지자는 말을 그 사람이 내뱉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이 관계가 지속된다면 나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사람과의 관계는 내가 손을 놓으면 끊어질 그런 관계였던 것이다. 3번째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이후 나는 헤어지는 준비를 했고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잃어버린 6년 동안의 나를 찾아다녔다. 멈췄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운동도 시작했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갔다.

이렇게 익숙함과 헤어질 준비를 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 사람에게 말했다.


'그래 헤어지자. 우리는 여기까지 인가보다. 그 어떤 감정조차 남아 있지 않아''


그러자 이번엔 반대로 그 사람이 나를 잡았다. 하지만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었던 나는 뱉은 말을 주워 담지 않았고 6년이라는 시간을 끊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고 나를 잃어버린 채 6년을 보냈는지 알게 되었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헤어져야만 볼 수 있는 것들''


길들여진다는 것이 너와 나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여우의 말은 어찌 보면 길들여지는 것이 익숙해지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데 주저함과 두려움도 줄 수 있는 것이다. 길들여져 익숙해져 버린 마음에서 스스로 헤어지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새 폰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몰랐던 기능들을 새로운 폰을 접하고서야 스마트한 세계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새로운 폰에 적응하기까지 잠깐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물건이던 사람이던 일이던 헤어져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매일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다 우연히 만난 낙엽진 거리에서 기분 전환을 할 수 도 있고 전에는 존재도 몰랐던 식물원에서 바오바브 나무를 만날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나갈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로운 모임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나와 다른 삶도 만날 수 있다. 헤어짐이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익숙한 것과 기분 좋게 안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헤어져야만 하는 어떤 상황에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헤어져 본다. 그럼 헤어져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나쳤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별하고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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