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그리고

by 꿈꾸는 나비


혼자가 좋다.

근데 이상하게

혼자만으론 완성이 안 되는 감각이 있더라.


그래도 혼자 있는 게 좋긴 하다.

누구 눈치 안 보고,

내 템포대로 하루 흘려보내는 거.

그 고요함이 얼마나 편한지.

얼마나 단단한지.


근데 그렇게 혼자가 좋은 나인데,

나는 자꾸 어디에 속하게 된다.


어떤 날은 내가 먼저 찾아가고,

어떤 날은 누가 날 부른다.


예전엔 좀 이상했다.

‘나는 혼자가 좋은데,

왜 자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지?’


억지로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나는 그 안에 서 있다.

감각의 시작은 혼자일 때 가능한데,

그게 생명을 얻는 건 누군가와 나눌 때더라.


손에 쥔 모래처럼,

손바닥의 눈처럼,

그냥 흘러가고 변하는 게 삶이라면

나도 그냥 그 순리를 따르는 거겠지.


혼자 있다가도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하고,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와 충전하고,

또 어디론가 나서는 이유.


아마 그건,

혼자서는 완성 안 되는 감정들이 있어서일 거다.

사람은 결국 나눠야 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잖아.



감정도 마찬가지.

내 안에만 두면 그건 아직 형태를 못 갖춘 거다.

밖으로 꺼내야,

비로소 그 감정이 세상에서 제 몫을 한다.


누군가의 말 한 줄,

시선 하나,

그 작은 부딪힘 속에서

내 감각이 다시 깨어난다.


혼자가 좋지만,

혼자만으론 완성이 안 되는 감각.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둘 사이를 오간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keyword
이전 06화한 줄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