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다.
근데 이상하게
혼자만으론 완성이 안 되는 감각이 있더라.
그래도 혼자 있는 게 좋긴 하다.
누구 눈치 안 보고,
내 템포대로 하루 흘려보내는 거.
그 고요함이 얼마나 편한지.
얼마나 단단한지.
근데 그렇게 혼자가 좋은 나인데,
나는 자꾸 어디에 속하게 된다.
어떤 날은 내가 먼저 찾아가고,
어떤 날은 누가 날 부른다.
예전엔 좀 이상했다.
‘나는 혼자가 좋은데,
왜 자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지?’
억지로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나는 그 안에 서 있다.
감각의 시작은 혼자일 때 가능한데,
그게 생명을 얻는 건 누군가와 나눌 때더라.
손에 쥔 모래처럼,
손바닥의 눈처럼,
그냥 흘러가고 변하는 게 삶이라면
나도 그냥 그 순리를 따르는 거겠지.
혼자 있다가도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하고,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와 충전하고,
또 어디론가 나서는 이유.
아마 그건,
혼자서는 완성 안 되는 감정들이 있어서일 거다.
사람은 결국 나눠야 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잖아.
감정도 마찬가지.
내 안에만 두면 그건 아직 형태를 못 갖춘 거다.
밖으로 꺼내야,
비로소 그 감정이 세상에서 제 몫을 한다.
누군가의 말 한 줄,
시선 하나,
그 작은 부딪힘 속에서
내 감각이 다시 깨어난다.
혼자가 좋지만,
혼자만으론 완성이 안 되는 감각.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둘 사이를 오간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