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초등학교는 매일 걸어들어가야 하는 지옥이었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5년 연속으로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 학교폭력이 절정에 달한 5학년 때는 같은 반 학생 전부가 나를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주변에 내가 보이면 학생들이 심한 욕을 하면서 도망갔다. 내 손에 물건이 닿으면 그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학생도 있었다. 하도 시달려서 물건에 손을 대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 수업시간에 말을 했더니 “어디서 개가 짖는다"고 했다.
어느 날 같은 반 학생이 뜬금없이 "우리 친구하자"면서 악수를 하자고 했다. 학교에서 악수하자는 사람은 처음이어서 조금 황당했지만 그러자고 하면서 받아줬다. 다음 순간 그 학생은 내 손을 털어내더니 손 소독제로 자신의 손을 닦았다. 알고 보니 내기에서 져서 나에게 친한 척을 하라는 벌칙을 수행하러 온 것이었다. 벌칙을 만든 학생들에게 나는 자신들의 벌칙을 혐오스럽게 만드는 도구였다.
담임은 책잡히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만 해놓고 뒤로 빠졌다. 나를 제외한 반 학생 전부에게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다. 쓸데없는 일이었다. 쓰라고 해서 썼을 사과편지에서 노골적으로 나를 탓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너도 잘못했다. 네가 행동을 고쳐야 한다. 너 때문에 거슬린다. 사과 편지를 쓴다는 형식만 충족하면 어떤 내용을 적어내건 제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반 전체가 달려들어서 나에게 몇 달 동안 심각한 피해를 입혔는데도 학교폭력위원회도 열지 않고 담임종결이라는 제도로 사안을 마무리했다.
한창 학교폭력에 시달릴 때 "지금은 괴로워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닐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모욕적인 데다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 기억은 흐려졌지만 학교폭력은 내 삶 깊숙이 들어와서 채워지지 않는 끔찍한 구멍이 되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행복이라는 것을 느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기대하지 않으면 불행하지도 않으니 아무 기대도 하지 말자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다. 트집을 잡히지 않으려고 잘하는 것도 못 하는 척, 아는 것도 모르는 척 하고 살았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습관으로 굳어졌다. 나도 모르게 인간 이하의 취급에 익숙해져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당한 일이 부당하다는 것도 몰라서 넘어간 적도 있고, 알더라도 항의하는 방법을 몰라서, 보복이 두려워서 입을 닫고 넘어간 경험도 많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해야 했는지 알고 싶어서 머리를 짜내고 또 짜냈다. 10년 넘게 고민해서 얻은 결론은 하나다. 가해자들에게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당하는 폭력에는 이유가 없다. 당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