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이야기 1

일을 시작하다

by 은은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몇 달 만에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많이 바빴다.

쓰고 있던 가족여행 3탄 4탄 5탄... 은 이제 쓸 수 없게 되었다.

밀린 여행기를 쓰려니 양이 너무 방대하여 엄두도 안 나고, 그걸 다 쓰자니 다시 몇 달이 걸릴 텐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일상을 쓸 수가 없게 될 테니 방법이 없다. (여행기를 기다리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굵직한 일들이 몇 개 있었다.

9월 초에 5살 막둥이가 드디어 학교에 입학했다. 첫째, 둘째가 다니는 불어학교에 유치원생이 된 것이다. 유치원생이지만 다른 학년들과 함께 등교하고 함께 하교한다. 막내가 학교에 입학만 하면 1년... 최소 6개월만 이라도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유를 만끽하리라 다짐을 했었다. 11년 전 첫 번째 임신을 했고 그 이후로 출산, 육아, 임신의 반복이었다. 세 아이를 낳았고 중간에 한 번의 유산도 있었다. 육아를 하며 새벽에 4~5번 깨는 것은 기본이었기에 단 하루도 푹 자본적이 없었다. 아직도 무서워 혼자 못 자는 막내덕에 나는 10년간 24시간 내내 근무 중이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간을 좀 만끽하며 그동안 염원해 왔던 집 꾸미기도 좀 해보고, 취미생활도 좀 해보고, 영어공부도 좀 해보고, 낮잠도 좀 자보고, 여유롭게 밥도 차려먹어 보고, 산책도 좀 해보고, 마트 구경도 구석구석 해보고.... 그 이외에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결론적으로는 할 수 없게 됐지만 막내가 학교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소식은 내가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 같은 영어 무능력자에게도 직장이 생겼다. 물론 캐나다에서 영어 무능력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주부의 능력(?)을 살려 한인 식당 주방에서 일하게 됐다. 이것도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따로 글을 올려보겠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나의 스케줄은 더욱 바빠졌다. 아침에 세 아이를 등교시키고 바로 식당으로 가서 열심히 일을 한 후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마무리,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픽업한다. 그 후 매일 달라지는 아이들 방과 후 활동을 다녀온 후 집에 와서 저녁준비. 애들 씻기고, 애들 재우기 전 늦게 오는 신랑 저녁밥 차려놓기까지 하면 하루가 끝난다. 안 하던 일을 해서 그런지 피곤함이 X10000배가 되었다. 자기 직전에는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생전처음 해보는 식당일이지만 4개월 일하면서 많이 익숙해져 이제 어려운 것은 없다. 다만 일하면서 아이들 케어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워킹맘들 존경합니다. 일 시작한 후로는 청소기도 3일에 한번 돌리고, 빨아놓은 옷들은 접을 시간이 없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등 집 상태는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번 겨울방학 때 정신 차리고 좀 움직였더니 좀 나아졌다. 매년 한 달 전부터 준비하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도 이번에는 미루고 미루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트리를 꺼내 장식했고, 아이들 선물도 겨우 주문했다. 취미생활이고 뭐고 그냥 집에 오면 소파에 앉는 게 제일 큰 소원이 됐다. 몸은 매우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돈을 벌게 되니 재미가 있다. 물론 시간당 페이도 적고 짧은 시간 일하는 것이라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월급체크받을 때 내심 뿌듯하고 보람차다. 나도 이제 돈 벌어요~~!!!



12월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이다. 첫째의 바이올린레슨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연주할 기회를 많이 주시기 위해 매년 연주회를 많이 개최하시는데 그 스케줄 맞추기가 제일 어렵다. 기존 아이들이 하고 있는 방과 후 활동이 많은데 거기에 연주회를 위한 단체 연습에 연주회 일정까지 끼워 넣으려니 보통 바쁜 게 아니다.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단체연습을 했고, 연주회는 3번 열렸다. 이번겨울에는 둘째의 아이스하키 스케줄이 너무 늦게 나와버려 시간 맞추느라 너무 고생을 했는데 바이올린 연주회까지 추가되어 너무 힘들었다. 몸이 힘드니 아이들 방과 후 활동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면서 한 시간 내내 계속 졸았다. 얼굴에 다크서클은 또 얼마나 짙어졌는지 모른다. 그렇게 12월 초까지는 아이들 방과 후 활동으로 힘들게 지냈다. 그러고 나니 크리스마스 전 주에 하는 겨울방학식 주간이 문제였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특별히 방학 전 일주일 내내 스페셜 데이라고 해서 하루하루 주제를 다르게 꾸미고 가는 날이 생겼다. 갑자기 생겨버렸다. 항상 의욕이 넘치시고, 언제나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좋은 교장선생님이신건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요?!?! 월요일은 "웃긴 머리스타일의 날", 화요일은 "여름옷 입고 오는 날" 등등.. 마지막 방학식날은 매년 하던 "잠옷 입기 날". 매일 아침마다 등교준비만도 힘든데 아이 셋 꾸미는 것까지 해주려니 거의 멘털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다행히 둘째는 그런 거 안 한다고 질색을 해서 "땡큐!!" 하고 그냥 학교 보냈다. 거기다가 12월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선물드릴 분들도 너무너무 많았다.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가. 다른 날은 몰라도 크리스마스는 꼭 챙기는 이곳이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나름 정성 들여서 선물 구입하고 포장해서 방학식 전날 학교 담임선생님들과 보조선생님들, 교장선생님, 오피스선생님까지 고마운 분들께 선물을 다 돌렸고, 친한 엄마들과도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정신없는 날들을 지나 무사히 겨울방학식을 맞이했다. 겨울방학을 하고 아이들과 집에 있어야 하니 일을 쉬었는데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다. 첫째 아이의 베스트 프랜드 M의 엄마가 크리스마스파티에 초대를 해주었는데 둘째가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열이 나고 기침을 해서 부득이하게 취소를 했다. 캐나다 와서 현지인에게 받은 첫 번째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였기에 아쉬웠지만 쉴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둘째가 아프니 새벽 내내 체크를 하며 간호를 했다. 3일 후 다 나았는데 막내가 옮았는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새벽 내내 간호를 했다. 다행히 막내도 3일 정도 지나니 다 나았다. 그러고 나니 이제 내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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