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된 자식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 자신이 가장 중요했고, 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들과 경쟁해서 이겨야했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지 않기에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쓰면서 공부했다. 공부를 남들보다 2배 이상은 해야했기 때문에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공부 스케쥴을 최우선으로 놓고 다른 일정을 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만큼 남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우리 가족도. 그렇게 공부했기 때문에 지금의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변호사 시험을 보기 전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와이프와의 신혼생활을 즐길 수 없었다. 내가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신혼생활은 뒷전이었다. 나는 한심하게도 30살이 넘었어도 내가 제일 중요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생겼다. 이제 15개월 된 아들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들이 일어나서 맘마를 달라고 하면 맘마를 주러 일어났고, 마무리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남겨두고 집에 왔고, 내일 출근을 해야해도 애가 아프면 밤을 지새웠다. 아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더라도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다.
나 같이 이기적인 사람도 자기 자식에게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서 경찰서에서 종종 만난 학생들을 보면서 정말 궁금해졌다. "이 아이들은 내가 내 아이한테 주는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은데 왜 질 나쁜 범죄를 저지르는것인지?", "이 아이들의 부모님은 어떻게 자식들을 돌본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 생겼다.
문화상품권을 구매해준다고 속여 피해자에게 20만 원 정도를 받은 3명의 범죄자들이 있었다. 계좌 및 카카오톡을 추적해서 특정한 3명의 범죄자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할 뻔)한 학생들이었다. 조사과정에서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계좌를 빌려달라고 했음에도 본인 통장과 도장을 택배로 보내줬다는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일삼았고,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음에도 연락한지 오래되어 연락처도 모른다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사기 범죄전력도 꽤 많았고,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었는데 구속될까봐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는 말도 했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모님들과 연락을 해야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식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수화기 너머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부모님들도 밤에 잠도 못자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도 주고, 주말마다 동물원, 식물원을 돌아다니고,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을 사주고 했을텐데 왜 그들의 아이들은 10대 때부터 파렴치한 범죄자가 된 것인가? 정신병이 있는 친구를 괴롭혀 수배까지 된 학생의 부모님은 그런 자식을 둔 적이 없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니 더이상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이 학생도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을텐데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
아버지가 된 나는 내 아이가 이 세상이 원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본인 앞가림은 하면서 남한테 폐는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한테 사랑을 듬뿍 주면 그 아이는 엇나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10대 때부터 경찰서에 들락날락 거리는 위와 같은 경우를 보면서, 어떻게 자식을 키워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사랑을 줘야하는 것인지, 내가 지금 아기한테 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잘못 되었다며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인지 등의 고민이 많다.
아빠, 엄마, 장인, 장모님 등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 "왜 사랑을 받고 컸음에도 10대 때부터 범죄자가 되는지?", "어떤 요소가 그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진심으로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