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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Feb 17. 2016

청춘여행소

작고 위대한 그 시작



                                                                                           현상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었고,   그중에 가장 대문짝만 하게 적혀있는 것이 있었다.

                                                            '유럽여행'

2013년 8월, 휴학서를 내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모아 언니와 80일간 유럽여행을 떠났다.

13개국을 정신없이 다녔고, 많이 먹었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캐리어를 계속 끌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다 보니 뜻하지 않은 생활 근육도 늘었고, 먹는 만큼 돌아다니니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살이 찔 걱정은 없었다. SNS 프로필 사진으로   쓸만한 10년 치 인생 샷도 넉넉히 건졌다. 주변 친구들은 마냥 부러워했다. 그리고 마치 엄청난 일을 해낸 듯 스스로도 뿌듯했다. 해보고 싶었던 것을 드디어 해봤다는, 미지의 세계를 가보았다는 성취감이랄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여행에 대한 여운이 사라질   때쯤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

                                                              '허무함'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 속의 나는 멋진 배경들 앞에 서 있었지만 꼭 죽은 마네킹 같았다. 사진 속 음식의 맛은 기억도 나지 않았고, 어디서 찍은지 구분되지 않는 사진들만 넘쳐났다. 컴퓨터 폴더에 저장되어 있는 그 사진들을 잠재우고는 잊고 살다 가끔 새로운 프로필 사진이 필요할 때 꺼내보곤 했다. 그 당시엔 다 기념이라며 모아 놓은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써져 있는 영수증과, 티켓들은 곧 쓰레기가 되었다.



                                                                                           본질


유럽여행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쯤, 남충식 이노션 팀장님의 '통찰 안경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여행에 대한 본질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본질에 집중해 현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통찰 안경 이야기 , 남충식 이노션 팀장)

                                                      


현상과 본질,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 (참고 : 세바시 490회 '세상을 바꾸는 통찰 안경 이야기')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내가 한 여행과 지금 이 시대에 널리 퍼져버린 여행을 분명하게 보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무엇인가? 사실 이 답을 내리는 것은 너무 어렵다. 아직 답을 내리기엔 나의 여행 경험도 부족하고, 고작  스물다섯 나이에 여행과 삶의 철학을 논하기도 부끄럽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듣고, 스스로도 당연하게 느껴온 여행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성장', '넓은 시야', '풍부한 경험', '꿈의 발견' 등 이었다.

물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럽여행에서 이러한 경험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내 삶의 터닝 포인트를 갈구했던 이후의 여행에서 비교해 본다면  그때의 유럽여행은 본능적인, 감각적 여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관점 


 이렇게 여행에 대한 본질을 새로 파악하고 나니, 그 후의 모든 여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이 달라졌고, 행동이 달라졌고,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에게서 새로운 향기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더 가까이서 맡고 싶은 '생기'를 품어내기 시작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더 큰 꿈을 품고 돌아오게 되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듣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는 지혜가 조금씩 생겼다. 그럴수록 나는 여행이 주는 가치를 뼈 솟까지 담고 싶어 몸무림 쳤다. 단순히 새로운 땅을 밟는 땅밟기가 아닌,  그곳이 내 삶의 일부분이 되도록 나를 끊임없이 녹여내었다. 



                                                                                    아이디어


 그러다 문득, 여행자가 아닌, 여행자를 바라보는 시점에 서게 되었다. 이탈리아 피렌체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탭으로 일하며 수많은 한국 여행자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갓 졸업을 한 학생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온 사람들까지.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바쁜 시간을 들이고, 많은 돈을 쏟아 온  그곳에서 그들은 여행이 주는 공짜 선물을 받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유럽 여행에서의 나와 다를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여행에서 내가 미쳐 보지 못해, 누리지 못한 기쁨과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곧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여행이 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아직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안타까웠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었다. 함께 꿈을 찾아가는 20대 청춘들의 여행이 이렇게 머무르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청춘여행소'를 생각했다. 어떻게든 그들의 여행을 도와주고 싶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여행이라는 기회를 마냥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러한 글과 말을 통한 강연은 한 번의 지나가는 바람으로 끝난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인정하고 아는 것에서부터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그 어마어마한 역치를 넘기란 힘들다.

이미 깊이 패어버린 그 나무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우선 나는 내가 바라보고 느끼며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글에는 조금 더 가깝게,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론'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기로 했다. 앞으로 소개될 나의 경험과 성찰로부로터 나온 방법들 하나, 하나는 오늘의 논리와 같은 '현상과 본질,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따르려고 한다. 


나의 글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감성적인 글은 아니다. 나는 여행 작가 만큼 여행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낼 표현력도 부족하고, 흡입력도 부족하다. 반대로 '이런 여행을 하세요!'하며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관념적 비판가가 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여행 가치의 제안'이다.

제안, 어디까지나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지만 설득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나의 글은 그 두 부분을 잘 조율시켜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감정에  호소해야 할 때도 있고, 논리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부디 그 균형을 잘 맞추어 나의 뿌려지는 글 하나, 하나로 청춘들의 여행이 삽심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여행과 관련한 좋은 아이디어나 정보, 혹인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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