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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r 18. 2016

여행을 계획하는 모든 청춘에게,
"조금만 더요"

청춘여행소, 다섯 번째 이야기

"낯선 나라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동안 우리는 낯선 나라를 경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자신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 나간다" - 로제 페이르피트

현상

여행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 베스트 질문을 꼽으라면 당연 아래와 같다.


"파리는 며칠이면 돼?"

"거긴 볼게 없어서 하루면 충분하다던데? 그래서 바로 넘어가려고. 너 생각은 어때?"


특히 유럽은 기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곧이어 또 다른 나라가 이어지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다녀오고 싶어 하는 대학생에겐 유럽이 최고의 배낭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어느 도시, 나라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면 좋은지 알려주기도 한다. 


결국 각 나라와 도시는 우리가 직접 가서 무엇을 보기도 전에 
이미 볼게 많은 도시 혹은 별로 볼게 없어 짧게 있어도 되는 곳으로 나눠진다


그런데 실제로 가이드북에서 추천해준 날짜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했던 언니와의 처음 유럽여행을 생각해보면, 실제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던 도시도, 생각지도 못하게 볼게 너무 많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도시도 있었다. 그럼 뭐 어떻게 하라는 거지?


본질

가이드북에서 보여주는 정보는 가이드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정보, 조언을 제공하는 안내' 역할을 할 뿐이다. 때문에 그 많은 정보들 중 나의 여행 '기준'에 맞춰 취사선택을 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몇 번의 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은 시행착오 속에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여행 준비가 생각보다 짧으면서도 그들이 여행에서 원하는 것, 더불어 더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는 것이다. 


 가이드북에 철저하게 의존하여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 중엔 '짧은 시간 안에 알차고도 완벽한 여행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시간과 정성을 쏟아 하나부터 열까지 정보를 담은 가이드 북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이고 또 철저한 계획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오히려 '가이드북에는 없는 여행정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여행을 계획하며 의존하고 있는 가이드북엔 담겨있지 않은 부분도 많다는 것을, 반대로 여행하는 우리가 얼마든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점

 결국 최대한 많이 보는 게 좋다는 다다익선의 자세보다, 나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앞 글(청춘여행소, 세 번째 이야기 : 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닌 '무엇)에서 말한 여행의 목적에 맞게 여행지를 선정했다면 같은 흐름에서 나의 관심사에 따라 각 여행지에 얼만큼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계획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이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고자 하는 청춘들의 배낭여행에서 더 필요한 과정이다. 

 

 건축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들은 가이드북에서 제시하는 투어만으로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숨결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온종일 성가족대성당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구엘공원에서 그의 작품 위에 앉아 나의 작품을 그려보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여행을 다녀온 뒤 스스로 여행 패턴을 분석해본 결과 반나절이면 충분하다는 근교나 소도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이라던가 사람들의 일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이 있는 도시라면 박물관을 가는 대신 온종일 그곳을 돌아다니며 물건 구경, 사람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디어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이기에 이 곳에선 그 필요성만을 언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각 나라, 도시 등 특정 여행지에 필요한 시간을 배분하는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을만한 것을 말해보자면,


1. '모든 곳, 특히 가이드북에서 제시하는 곳을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많은 것을 본다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 시간을 얼마만큼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켰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많은 곳들 중에 꼭 가고 싶은 것들의 우선순위를 생각해 현명하게 여행하자.


 2. '단 한 번만 간다'는 생각도 버리자.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다녀왔던 곳을 또 간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갔던 나라도 웬만하면 가지 않으려 하는데 갔던 공원을 또 가고, 갔던 식당을 또 간다고?'
그러나 한 번과 두 번이 다른 것처럼 단 한 번으로 알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여행보다 때로는 나에게 많은 생각과 영감을 주는 곳을 찾아 여행을 하며 있는 동안만큼은 충분히 누리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나는 매일 저녁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야경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매일 같은 하늘일 줄 알았지만 그날 그날에 따라 하늘은 구름을 품은 모습도, 뿜어내는 노을의 모습도,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달랐다. 때문에 나의 마음도, 그 자리에서 드는 생각도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석양 (2015년 겨울)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야경 (2015년 겨울)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 도시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야만, 도시 안에서 여행하는 순간순간의 시간 속에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가도 여행지에서 떠날 때의 아쉬움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큼은 누리기 어려웠던 '여유'를 여행에서조차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그 여행지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다하지 못했을 때의 느끼는 아쉬움보다 더 안타까운 일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픈 여행 이야기나 성장여행을 위한 아이디어, 조언이 있으시다면

청춘여행소 dreamingtraveler2016@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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