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에서 무슨 일이
빨라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방학 열흘 가량 남기고 학교 전면 온라인 수업이다.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한 환경이라 새롭지도, 당황스럽지도 않다.
그런데 오늘 처음 당황스러운 일을 당했다. 당했다고 표현하기엔 안 당황스러운 일일 수도 있는데, 둘째가 1교시를 끝내고 쉬는 시간이었다.
애들 둘 다 각자 방에서 '쉬는 시간이다'외치며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둘째가 조용히 거실 내 책상 의자에 앉더니 엎드리길래,
"왜 그래. 어디 아프니?" 묻고 얼굴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붓고 입술은 삐죽, 울음을 터뜨렸다.
"왜? 무슨 일이야. 엄마한테 와 봐." 몇 번을 달래며 물었더니,
"선생님이 나만 발표를 안 시켜."
아, 발표. 자신 있게 발표하고 싶은 게 있던 모양이다.
"발표? 오늘도 발표 못했어? 선생님이 못 보셨나. 왜 예서를 빼먹으셨지."
"아니야, 내가 채팅으로 제일 먼저 발표한다고 올렸는데 뒤에 애들 채팅에 가려서 그런가 봐. 그리고 다른 때도 나는 발표 안 시켜줘서 서운해."
"아, 그랬어. 애들이 많아서 너까지 차례가 안 왔나 봐. 서운했겠다. 울지 마."
닭똥보다 작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딸아이 얼굴을 훔쳐주고 무겁디 무거운 애를 무릎에 앉혀 안아주었다.
'그래. 서운하겠다. 여러 사람 앞에서 모처럼 자신 있게 들었던 손이 민망했던 기억 나도 알지 그럼. 교실에서가 아니라 온라인 화면 속에서도 아이들은 서로 발표를 하려고 하는구나. '
아이가 서운해하는 걸 보니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는 어땠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쑥스러움이 많고 남들 앞에서 좀처럼 입을 떼는 일이 없는, 낯가림 심한 여자 아이였던 나. 스스로 발표하는 일이 없지만 책 읽는 거 하나는 잘해서 국어 책 읽기는 늘 내 차지였다. 선생님이 그것만 시켰던 기억이 난다. 발표 못해서 서럽기보다는 발표시킬까 봐 두려웠던 기억이 더 많았는데 내 딸은 다행히 날 닮지 않았다.
딸을 겨우 진정시켜 방으로 들여보냈다. 금방 진정된 아이는 헤드셋을 끼고 화면을 응시했다.
1분 후 2교시 준비물 학습지가 필요하다는 공유 내용을 보고 학습지를 주섬주섬 챙겨 앉는다.
교실 밖, 집에서의 학교 수업이 익숙해진 아이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교실에서의 수업이었다면 목소리 높여 가며 발표를 기다렸을 아이의 모습도 그려지고, 오늘처럼 뽑히지 못했다면 시무룩해졌어도 담임 선생님이 바로 캐치해서 불편 사항이 접수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나마 엄마가 집에 있으니 이런 얘기도 실시간 하기라도 하지, 아이들끼리만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경우라면 그 서러움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화상수업 시대가 열리길 기다렸던 때도 있었는데 막상 그 시대를 겪는 지금, 편리함보다 불편한 것만 보인다.
그나저나 내일, 오늘 수업에 이어 발표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데 선생님이 또 못 보고 우리 딸 안 시키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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