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황상은 언젠가 스승에게 자신의 미숙함을 고백하며 인생 최대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글 배우는 속도가 빠르기 못함을 황상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에게 문사를 공부하라고 스싱인 다산이 권하였기 때문이다.
"저처럼 둔한데다 막히고 답답하여 어근버근한 아이도 공부해서 학문을 이룰 수 있습니까?"
황상의 말을 들은 다산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부지런히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 김병완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 중에서
정약용이 강조한 삼근계!
이를 현대판 언어로 재해석 하면 그릿(Grit)과 같다고 여겨집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니체의 말을 빌려서 <그릿>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질과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말하지 말라! 타고난 재능이 거의 없어도 위인이 된 이들을 여럿 들 수 있다.
그들은 탁월한 솜씨를 배워서 '천재'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유능한 장인답게 작은 부분을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진지하게 배운 다음 전체를 구성하는 일에 조심스럽게 도전했다.
그들은 눈부신 전체에 감탄하기보다 작고 부수적인 것들을 잘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에 거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 니체 /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Grit> 중에서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에 앞서 중요한 단서가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에'가 붙네요.
정약용 선생님의 제자 황상도 삼근계의 이야기를 듣고 즐겁게 공부했을 모습이 그려집니다.
일흔 살이 넘어서까지 책 읽기와 초서를 멈추지 않았던 황상의 모습을 따라가보면 이렇습니다.
황상도 스승에게 배운대로 일흔 살이 넘어서까지 책 읽기와 초서를 멈추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선생님, 무엇하러 그 연세에 이르기까지 고되게 책을 읽고 베껴쓰십니까?"
이러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황상은 자신이 스승인 다산이 책 읽기와 초서를 하면서 과골(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난 것, 즉 과골삼천을 언급하였다.
"내 스승님은 귀양지에 18년을 계시면서 날마다 저술에만 힘써 과골이 세 차례 구멍이 있다. 스승님께서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가르쳐 주신 말씀이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한데, 내가 관 뚜껑을 덮기 전에 어찌 그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김병완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 중에서
새벽에 일어나 필사를 하고 그에 대한 생각 그물을 만들고 있는 저도 엄밀히 말하면 초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제 읽었던 책 구절 속에서 직접 펜으로 꾹꾹 눌러서 새기고 싶은 좋은 문구를 표시해놓고 새벽에 일어나 적으면서 간단한 글을 쓰는 것이죠. 처음에는 무심코 한 이 작은 행위가 지금 제게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한없이 우둔한 제가 32살에 독서를 만나고, 37살에 독서에 빠져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글쓰기를 만났으며, 38살에 필사를 통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있는 저로서는 정약용 선생님께서 황상에게 말씀하신 삼근계가 그 누구보다 가슴깊이 와닿고 있습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황상의 일흔 살을 넘어 여든, 아흔, 일백 살이 되어서도 부지런하게 손에 힘을 주고 좋은 구절을 하나씩 가슴 깊이 새기는 자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부지런히! 부지런히! 부지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