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무기력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심리학 개념으로, 학생이나 개인이 반복된 실패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어차피 안 된다”는 태도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상태를 말하죠.
서커스에 코끼리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큰 코끼리를 어떻게 조련할까요?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훈련시키면 가능합니다. 어린 코끼리를 작은 말뚝에 묶어두는 것이죠. 그때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하다가 실패를 경험하면, 나중에 성체가 되어 힘만 쓰면 충분히 뽑을 수 있는 말뚝에도 스스로 묶여 지내게 됩니다. 이를 가리켜 코끼리 말뚝 이론 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안 됐으니까, 지금도 안 될 거야.”
“해봤자 소용없어.”
라는 자기제한적 믿음이 생기는 상태.
이것이 바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의 상징적인 예입니다.
벼룩은 보통 자신의 키의 100배 이상을 점프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벼룩들을 뚜껑 있는 병에 넣어두면, 점프할 때마다 뚜껑에 부딪혀 계속 실패를 경험합니다.
며칠 지나면 벼룩들은 뚜껑보다 더 높이 뛰지 않게 적응해버립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뚜껑을 제거해도 벼룩들은 처음처럼 높이 점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이상은 못 뛰어.”
“해봤자 부딪히니까 이 선까지만.”
이것이 바로 벼룩 이론,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갇힌 상태’입니다.
책쓰기에도 ‘학습된 무기력’이 있습니다.
‘내가 무슨 책을 써.’
‘역시 나는 안 되나 봐.’
‘아직도 한참 멀었어…’
이런 생각들은 ‘왜 써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안 되는가’에 집중하며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가능성을 가두고 내면의 한계의식 속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게 되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2016년, 처음으로 책쓰기에 도전했을 때 제 안에도 뽑히지 않는 말뚝이 박혀 있었습니다. 40개의 목차가 적힌 종이 두 장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그래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니, 내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한 소주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중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주제를 골라 하루 종일 곱씹으며 생각을 모았습니다. 몰입하자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내가 한자리에 모이듯 연결되며 글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A4용지 두 쪽 분량의 첫 글이 탄생했어요. 그때의 희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다음 꼭지를 또 써냈습니다. 글을 한 편씩 완성할 때마다 내 안에 박혀 있던 말뚝이 조금씩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엔 10꼭지까지 돌파했습니다. 목표의 4분의 1을 채웠다는 걸 인식하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20꼭지를 넘기고 반환점을 돌아 30꼭지를 완성했을 땐, 고지가 눈앞에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어떤 날은 반쯤 미친 사람처럼 하루종일 글만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40꼭지, 전부를 완성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나를 붙잡고 있던 말뚝은 애초에 뽑을 수 있는 것이었다는 걸.
그 말뚝이 빠져나간 자리엔 기쁨과 자신감,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선물들이 밀려들었습니다. 견고했던 내 안의 한계가 사라지자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아래 문장을 출력해 두고 매일 읽어보세요.
나를 묶고 있는 부정적인 사고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갈 단 한 문장을 쓸 기회를 자신에게 허락해주세요.
그 한 줄이 시작이라면, 누구든지 기어코 ‘저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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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도 전에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뭘 써? 재능도 없고, 시간도 없고, 이미 늦었는데…”
그 말은 사실 ‘현실’이 아니라 과거의 실패나 두려움이 만든 말뚝, 혹은 뚜껑일 뿐입니다.
코끼리는 힘이 있어도 예전의 경험 때문에 말뚝을 못 뽑고, 벼룩은 뛸 수 있어도 스스로 높이를 제한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못 쓴다고 믿어버린 것뿐입니다.
책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시도에서 시작되고, 꾸준함에서 완성됩니다.
단 한 줄을 쓰는 순간, 당신은 이미 말뚝을 흔든 것이고
뚜껑 위로 점프한 것입니다.
“나는 쓸 수 없다”는 믿음이 아니라
“나는 오늘 한 줄부터 쓴다”는 선택을 하세요.
책을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시도 여부입니다.
오늘 그 한 줄이, 당신 안에 묶여 있던 가능성을 깨우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