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우육면부터 대만가정식까지.
마젠도 (MAZENDO, 麻膳堂)
주소: No. 188, Section 1, Jiuzong Rd, Neihu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매일 11 AM-8:30 PM
‘마라(麻辣)’의 장르를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10여 년 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타이페이에서 처음 먹어본 마젠도의 마라우육면(麻辣牛肉麵)은 참으로 센세이셔널했다. 한국인에게 아주 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입안이 얼얼하고 코끝이 찡한, 온갖 독특한 향신료들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생전 처음 접해본 맛. 그 이국적인 우육면에 홀딱 빠진 나는 그날로 마라의 세계에 입문했고, 대만살이 8년 차 지금도 마젠도는 가장 좋아하는 로컬 레스토랑이다. 송송 썬 파가 잔뜩 올라간 우육면 안에는 소고기를 비롯해 말린 두부피,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할 오리 선지가 푸짐하게 들어있는데, 오리 선지는 표면이 아기피부처럼 보드라우면서 식감은 쫀득해 소선지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산초 향이 진한 마라 국물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좀 더 일반적인 홍샤오우육면(紅燒牛肉麵) 혹은 맑은 국물의 칭둔우육면(清燉牛肉麵)을 추천한다. 중화권에서 특히 더 맛있는 볶음밥, 야채 볶음도 사이드로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우라오궈 (Wulao, 無老鍋)
주소: No. 36-1, Section 2, Zhongshan N Rd, Zhongshan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매일 11:30 AM-2 AM
한국에서 몇 년째 유행 중인 마라탕, 마라샹궈는 의외로 대만에서 찾기 힘든 메뉴이지만 마라훠궈(麻辣火鍋)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진, 대만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 중 하나이다. 중산취(中山區) 리젠트 타이페이(Regent Taipei) 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우라오궈는 수많은 마라훠궈집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좋은 곳으로, 대만 중부 도시 타이중(台中)에서 시작해 현재는 마라의 본고장인 중국 본토를 포함해 홍콩, 마카오, 베트남 등지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 브랜드이다. 우라오궈의 기본 탕은 보통 홍탕, 백탕 두 가지를 함께 시키는데 고소한 백탕과 얼얼한 홍탕을 취향껏 넘나들며 각종 신선한 재료들을 안에 넣어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탕에 아낌없이 들어있는 오리선지와 말린 두부피는 무한으로 제공이 되는데, 사실 이 두 재료는 마라와 궁합이 워낙 잘 맞아 웬만한 단품메뉴보다 맛이 좋다. 소고기, 수제 어묵, 계란 만두, 모둠 야채, 기름빵 요우티아우(油條)는 대만사람들이 마라훠궈 먹을 때 필수적으로 시켜 먹는 인기 메뉴이니 놓치지 말고 한껏 즐겨보자.
Extension 1 by 橘色
주소: No. 631, Ruiguang Rd, Neihu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평일 11:30 AM-3 PM, 5-10PM, 주말 11:30 AM-10 PM
마니아층이 탄탄한 건 마라훠궈지만, 맵고 얼얼한 맛의 특성상 그리 자주 먹을 수는 없을 터, 대만사람들은 맑은 샤부샤부 또한 매우 사랑한다. 일본음식이 발달한 대만에서 샤부샤부는 스키야끼와 함께 매우 대중화된 음식으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도 한화 만 원 대의 1인용 샤부샤부 테이블을 흔히 볼 수 있다. 네이후취(內湖區) 과학단지에 위치한 Extension 1 by 橘色는 20년 넘게 로컬의 사랑을 받아온 Orange(橘色) Shabu가 오픈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퀄리티 좋은 재료들을 사용한 1인 핫팟을 보다 높은 가격대에 제공한다. 모든 손님이 중앙을 바라보게 설계된 U자형 좌석의 세련된 인테리어는 마치 칵테일바를 연상시키는데 이곳에서는 샤부샤부를 애피타이져부터 디저트까지 코스 요리로 즐길 수 있으며, 먹기 까다로운 해산물이나 옥수수 같은 재료는 직원이 전담해서 깔끔하게 손질까지 해준다. 후식으로 제공하는 디저트 중 아몬드 젤리는 중화권에서 즐겨 먹는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의 간식이니 아몬드향에 거부감이 없는 여행자라면 한번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료핑샤오관 (六品小館)
주소: No. 8, Alley 3, Lane 199, Jinhua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평일 11:30 AM-1:30 PM, 5:30-8:30 PM, 주말 11:30 AM-2 PM, 5:30-8:30PM
료핑샤오관은 흰쌀밥이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백반’ 느낌의 대만가정식집이다. 유명한 융캉지에(永康街) 옆골목에 위치해 있으나 아직 여행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타이페이에서는 윗세대부터 유명한 오래된 로컬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담한 융캉지에 본점에는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여기서는 뭘 시켜도 다 밥도둑이다. 료핑샤오관의 시그니쳐인 두부 볶음은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시키는 메뉴이고, 항정살 아삭 고추 볶음과 계란 두부 튀김도 갈 때마다 시키게 되는 메뉴이다. 한국사람인 내가 제육볶음에 김치찌개를 생각하면 자동으로 침이 고이는 것처럼, 나의 대만남편에게는 료핑샤오관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한다.
Kai Kai Dessert (佳佳甜點)_基隆路店
주소: No. 145-2, Section 1, Keelung Rd, Xinyi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월~목 12:30-4:30 PM, 5:30-9:30PM, 금~토 1-5 PM, 6-10PM, 일 1-9 PM
2016년부터 현재까지 8년 연속 미쉐린 홍콩 빕구르망 추천 리스트에 오른 Kai Kai Dessert의 첫 해외 지점이다. 주윤발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진 Kai Kai Dessert는 광둥식 디저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홍콩에서 무려 40년 넘게 로컬의 사랑을 받아온 가게이다. 검은색 흑임자죽, 커피색의 호두죽, 뽀얀 아몬드죽 등 그날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만들어낸 녹진하고 끈적한 이곳의 디저트는 한국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맛이다. 차가운 죽은 보다 단맛이 잘 느껴지고 뜨거운 죽은 재료 본연의 고소한 맛이 더 잘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뜨거운 것을 더 선호한다. 우리나라의 새알같이 생겨 안에 달달한 흑임자 속이 들어있는 탕유엔(湯圓)도 추가하면 더 맛있다.
호호미 (Hohomei, 好好味)
주소: No. 19, Lane 107, Section 1, Fuxing S Rd, Da’an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매일 11 AM-8 PM
우리에겐 비교적 생소한 파인애플번이라는 이름은 홍콩에서 유래된 것인데, 이름과는 다르게 사실 빵 안에는 파인애플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빵 윗표면이 파인애플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의 파인애플 번은 한국의 소보루빵과 맛이 흡사한데, 호호미에서는 이 따끈한 빵 안에 즉석에서 차가운 버터를 끼워준다. 일명 ‘버터 샌드위치’라고도 불리는 호호미의 파인애플번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사범대학(師範大學) 야시장 초입은 항시 붐비는데, 막 받은 따끈한 빵을 한입 베어 물면 단짠의 조화, 그리고 뜨거움과 차가움의 조화가 의외로 상상이상의 행복을 안겨준다.
글, 사진 ⓒ dream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