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살아보니 이말...진짜일수도.
대만 사람들의 일본 음식 사랑은 대단하다. 후루룩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부터 든든한 우나기동(장어 덮밥), 따끈 바삭한 튀김이 수북이 쌓인 텐동(튀김 덮밥), 각종 스시는 물론 정갈한 가이세키 요리까지, 각양각색의 일본 음식이 타이페이의 골목마다 포진해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2030 세대의 SNS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국의 럭셔리 오마카세 열풍과는 다르게, 타이페이에서 스시 오마카세는 훨씬 더 오래전부터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아왔다. ‘일본 다음으로 스시 잘하는 나라’라는 별칭을 가진 대만의 스시씬(scene),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상인수산 (Addiction Aquatic Development, 上引水產)
주소: No. 18, Alley 2, Lane 410, Minzu E Rd, Zhongshan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매일 7AM~10:30PM
송산공항과 인접한 중산취(中山區) 북부. 타이페이 과일, 채소의 수급을 담당하는 중앙 도매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상인수산(上引水產)’은 2012년 오픈 이래 현재까지 타이페이 로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1990년대부터 대만 내 다수의 일식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MITSUI(三井) 그룹이 야심 차게 기획한 이곳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스시, 구이, 훠궈 등 다양한 종류의 퀄리티 높은 해산물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일찍이 대만 요식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형성해 왔다.
상인수산의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커다란 수조 안에 담긴 싱싱한 해산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손바닥만 한 대왕 전복, 북해도산 털게, 성게알 등 아주 다양하지는 않지만 알찬 구성의 생물들을 구매할 수 있다. 매장 중앙 진열대에는 각양각색의 테이크아웃 음식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는데 (인기가 제일 좋은) 한화 만 원대의 때깔 고운 스시 세트로 시작해 연어, 참치 사시미 세트, 생새우, 전복장, 찐 털게, 캘리포니아롤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한가득이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고른 음식은 상인수산 밖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서 즐길 수 있다.)
테이크아웃 섹션 안쪽으로는 상인수산의 백미, 스탠딩 스시바가 자리한다. 말 그대로 서서 먹는 스시바인데, 애초에 상인수산이 로컬에게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가 이곳에서 판매되는 ‘디럭스 스시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생선뼈로 진-하게 우려낸 미소장국으로 몸을 따뜻하게 덥히면 대망의 스시 세트가 나오는데, 성게알, 단새우가 포함된 10피스가 훌쩍 넘는 이 한 상을 NT$680원(한화 27,200원)에 맛볼 수 있다. 아침부터 저녁 10시 반까지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하루 중 어느 때라도 들러 퀄리티 높은 스시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큰 매력이다.
어둑어둑 노란 불빛이 밝히는 상인수산의 내부에는 항상 둘러볼 것이 많다. 수조에서 직접 고른 해산물을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곳, 찰리 채플린의 흑백 영화를 보며 야외에서 해산물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곳, 푸짐한 해산물 훠궈를 즐길 수 있는 곳 등 해산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식당들이 자리해 있다. 매장 한편에서는 과일, 야채, 고기 등도 판매하는데, 항상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있으면서 가격도 좋아 장보기에도 제격이다. 독일 생맥주, 사케, 와인 등 주류 셀렉션도 훌륭하니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라도 상인수산만큼은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MITSUI Cuisine
주소: B1, No. 108, Sec. 1, Dunhua S. Rd., Songshan Dist., Taipei City
영업시간: 매일 11:30AM~2:20PM, 5:30PM~9:20PM
대만에서 ‘일식(日食)’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자 상인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MITSUI(三井) 그룹은 타이페이 내에서 일식당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1991년 MITSUI가 작은 식당으로 첫 문을 열었을 때, 대만에서 일본 음식 하면 떠오르는 건 차완무시(일식 계란찜) 혹은 덴뿌라 튀김 정도였다고 한다. 각고의 노력을 들여 고급 일식 요리를 발전시킨 MITSUI는 ’오마카세’라는 개념을 로컬에게 처음 선보인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일식 레스토랑에서 고급스러운 한 끼 식사를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初魚(Chu Yu Japanese Cuisine Xinyi)
주소: 7F, No.9, Songshou Rd., Xinyi Dist., Taipei City
영업시간: 매일 12PM~2PM, 5:30PM~9:30PM
대만의 스시씬(scene)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한화 10만 원 이하의 ‘미들급 스시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쌓아온 ’初魚(Chu Yu)’는 사범대(師範大學) 앞 작디작은 8석의 스시야로 시작했다. 당시 初魚는 점심/저녁 동일한 NT$1,100원(한화 44,000원)에 오마카세를 제공했는데, 퀄리티 높은 스시는 물론이고, 살아있는 게를 눈앞에서 속속들이 해체하고, 바로 앞 철판에서 지글지글 랍스터를 구워주는 등 보다 생동감 있는 오마카세 경험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또한 매번 메뉴 구성에 살짝씩 변화를 줘 같은 관자라도 튀긴 관자 버거, 구운 관자, 절인 관자 등 다양한 조리방식을 먹어보는 재미도 있는 곳이다. 오픈 후 수년간 무섭게 성장한 初魚는 현재 리젠트 타이페이(Regent Taipei) 호텔을 비롯해 타이페이 전역에 13개의 스시, 테판야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들급 스시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사범대 앞 8석의 아담한 初魚를 기억하는 초창기 단골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瞞著爹 內湖店 (Man Zhe Die Neihu Branch)
주소: No. 3, Lane 127, Gangqian Rd, Neihu District, Taipei City
영업시간: 평일 11:30AM~2:30PM, 5PM~9:30PM, 주말 11:30AM~9:30PM
식초로 간을 한 밥 위에 여러 종류의 사시미를 예쁘게 올려놓은 ‘지라시동’은 대만에 와서 자주 먹게 된 음식 중 하나이다. 본고장인 일본의 유명 레스토랑이 이미 진출해 있기도 하지만, 간편하게 UberEats로도 시켜먹을 수 있는 대만의 로컬 브랜드, 瞞著爹(Man Zhe Die)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새콤 짭짤한 밥 위에 신선한 사시미를 올려 간장 소스와 와사비를 살짝 곁들여 먹는 지라시동은 스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타이페이에서 먹어볼 수 있는 별미이다.
글, 사진 © dream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