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eamLabs Jan 28. 2024

당근과 채찍! 당근도 조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보상효과와 창의성


250미터의 담벼락 페인트를
쉽게 칠하는 방법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은 이모 내 울타리.. 250미터에 달하는 길이를 페인트칠해야 했다. 톰은 그 일을 따분하고 싫어했지만, 이내 신박한 생각을 한다. 톰의 친구 벤이 그 장면을 비웃으며 지나가자 톰은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단 반응을 내비친다. 울타리 페인트칠이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고 전혀 지루하지도 않으며, 재밌다고 하자 벤은 홀딱 넘어가 자신도 해보겠다고 하지만 톰이 거절한다. 톰이 계속 거절하자 벤은 사과까지 주며 페인트칠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내 다른 친구들이 모여들었고, 톰의 꾀에 넘어가 톰 대신 울타리를 여러 번 칠하기까지 한다.


문학작품 속의 얘기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 수는 얘기다. 만약 톰이 벤에게 "페인트 칠을 도와주면 내가 너에게 과자를 사줄게", "1시간만 도와주면 3달러를 줄게"라고 부탁했다면 벤의 행동은 어땠을까? 이야기에서 벤의 마음은 톰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해보겠다고 하자 "거절"했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이는 사람의 동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마크 트웨인이 사람의 내재적 동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탁월하게 그려낸 대목이라서 참 흥미롭다.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사람의 행동을 예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면 생각이 확장되지 못하고 막히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인센티브를 더욱 정교하고 조심스럽게 제공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대 이하의 결과 또는 기대와 다른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몇 가지의 실험을 통해 원인과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실험 1

이 상자는
압정을 담는 상자일 뿐이야


양초 문제(Karl Dunker)

유명한 실험 하나를 살펴보자. 심리학자 칸 던커(Karl Dunker)는 양초실험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가 벽 옆에 놓인 탁자에 앉으면 실험자가 압정이 들어 있는 상자와 양초, 성냥값을 지급한다. 참가자는 촛농이 탁자에 떨어지지 않도록 양초를 벽에 고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받는다.  잠시 후 시 참가자들의 행동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압정으로 양초를 벽에 고정하려다가 실패한다. 때로는 성냥불로 양초의 옆면을 녹인 다음 벽에 붙이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이내 실패하고 만다.




양초 문제해결

실험 참석자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10분 정도가 지나면 오른쪽처럼 해결책을 찾아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능적 고정성(functgional fixedness)"을 극복해야 한다. 쉽게 말해 상자의 기능을 "압정을 담는 기능의 상자"라는 사실만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다가 이내 상자의 다른 기능, 즉 양초의 받침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행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일만 하는 사람이라서 여기까지밖에 안돼..라고 생각한다면 이 이상의 일도, 그 이상의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네트워크 관계, 과업의 범위, 인지적 영역(지식)까지 제한된 범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만들어진다면 반드시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앞선 글에서 잡크레프팅(job crafting) 행동으로 설명하였다.




실험 2

외재적 보상이
창의성을 잡아먹는다(1)


[실험 1]의 내용들은 모두 보상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만약 도전이 되는 문제를 사람들에게 제시하면서 빨리 풀면 보상하겠다고 보상개념과 접목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샘 글럭스버그(Sam Glucksberg)는 보상효과에 따라 문제해결에 어떤 차이를 보일지, 걸리는 시간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기 양초 문제를 해결할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보상 없이 단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시간을 잰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그룹에게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25%에게는 5달러를 지급하고,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실험결과는 예상과 달리 매우 흥미롭게 나타났다. 결과는 인센티브를 받은 사람들이 3분 30초를 더 사용했다. 성과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고 하자 3분 30초가 더 걸린 것이다. 높은 창의성을 얻기 위해 제시한 인센티브가 실제로는 생각을 흐리게 만들고 창의성을 둔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과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물질적(외재적) 보상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명확한 해결점이 있고 방법도 아는 상황이라면 보상을 통해 앞만 보고 빨리 나아가게 하도록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양초 문제처럼 도전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보상을 하겠다는 조건적 동기유인은 시야를 좁히고 같은 물건의 새로운 기능이나 쓰임새를 볼 수 있는 포괄적인 시야를 갖기 어렵게 만들었다.


실험 3

외재적 보상이
창의성을 잡아먹는다(2)


창의성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 애머빌 교수의 실험을 살펴보면, 미국의 전문화가 23명을 선정했다. 실험에 참가한 화가들에게 고객에게 의뢰받아 완성한 작품 10점과 의뢰받지 않고 완성한 10점을 임의로 선택하게 했다. 그 후 이 실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권위 있는 큐레이터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에게 이 그림을 보면서 작품의 창의성과 기술적 평가를 요청했다.


실험결과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은 작품이 의뢰받지 않아 제작한 작품에 비해 창의성이 더 부족하게 나타났고 기술적 평가는 유의마한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작품을 작업할 때 자체가 주는 즐거움보다 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예술가로서 자신을 억제하고 고객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맞춰야 했을 것이다. 예술가가 대중성이 높아지면 정체성이 무너지는 이유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

 



외적 보상보다 행위 자체의 즐거움(내적동기)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결국에는 탁월성을 인정받고 더 좋은 작품을 창조해 낸다. 궁극적으로 외적 보상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 최종적으로 나중에 커다란 외적 보상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양초 실험을 통해 보상을 하겠다는 조건적 동기유인이 시야를 좁히고 같은 물건의 새로운 기능이나 쓰임새를 볼 수 있는 포괄적인 시야 방해하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개념을 확장하면 무분별한 인센티브나 외재적 보상이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로 귀결되어 성공의 방해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라면 더욱 그러하다.


회사나 조직에서는 직원들에게 조건적 동기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한다. 만약, 보상을 받기 위해 도달하는 방법이 명확하고 매우 신박하고 새로운 방법을 필요로 하지 않은 일이라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세일즈 부서의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가 이에 해당하겠다. 하지만 도전적인 상황을 해결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라면 오히려 인센티브가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꼭 기억해야 하겠다.



Reference


Sam Glucksberg (1962). The Influence of Strength of Drive on Functional Fixedness and Perceptual Recogni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36-41


Teresa M. Amabile, Elise Phillips, and Mary Ann Collins, "Person and Environment in Talent Development: The Case of Creativity", In Talent Development: Proceedings from the 1993 Henry B, Ohio Psychology Press, 273-274


작가의 이전글 내 말이 옳아도, 듣고 싶지 않았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