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경력성공(Subjective career success)
너 연봉 얼마? Vs 나는 얼마?
D는 회사 생활 10년 차 교육팀 과장이다. (숙박)출장도 많고 일이 고단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만족스럽다. 요즘은 일에 소명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일에 대한 만족감이 줄어드는 기분이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얼마 전 대학 동기 모임에서 연봉, 승진얘기를 나눈 후부터 힘이 빠진다. 은행에 다니는 동기의 높은 연봉,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동기의 주재원 파견, 전자 쪽에 다니는 동기의 높은 인센티브.. 동기 중 한 명은 벌써 ERP(희망퇴직)까지 받아 2억 넘는 돈을 받고 회사를 나와 다시 이직에 성공한 얘기까지... 듣고 나니 마음이 미묘하고 복잡해졌다.
"내가 동기들보다 더 잘 나갔는데, 이젠...."
지금까지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만족감이 컸는데, 동기들을 만나면 자신의 커리어가 좀 초라하게 느껴진다.
빈번하게 접하는 우리들 얘기다. 사람의 기분이란 것이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지만,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왜 이럴까?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내 커리어에 대한 만족감이나 성공감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
예전에는 대체로 성과, 급여, 진급, 교육, 서열 등의 객관적인 것들이 커리어 성공의 잣대가 되어왔다. 하지만, 고용환경이 점점 유연해지고 자신의 가치를 더 중시 여기면서 단순히 성공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 태도 등이 더욱 중요해졌다. 자유와 성장을 중심으로 한 심리적 만족이나 주관적 성공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커리어에 만족하나요?
참 중요한 질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만족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만족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4가지 틀을 사용해 살펴봐야 한다. 자기기준-타인기준 그리고 객관적-주관적 기준(Heslin, 2005)...
첫째, 커리어 만족의 기준을 객관적 요소들에 대해 자기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급여, 승진 등의 객관적 요소들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현재 급여나 직급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의 정도이다. 자신이 현재의 급여나 직위 등에 도달하기까지 어떠한 노력이나 희생을 했는지는 자기만이 알 수 있는 기준이라서 이를 함께 고려해 만족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 커리어 만족의 기준을 주관적 요소들에 대해 자기 기준에 의거해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일을 하면서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한다고 느끼는지,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느껴지는지, 일과 삶의 균형이 잘 맞는지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주관적 요소들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다.
셋째, 객관적 요소들에 대해 타인과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현재 연봉, 사회적 직위나 위치 등은 객관적 요소에 해당하는데 것들을 주위 사람들과 비교를 통해 만족감이나 불만족을 형성하게 된다. 과거 산업사회 때에는 이러한 성공기준이 높았지만, 현재 개인의 다양한 가치와 욕구가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주관적 요소들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성적이 나보다 못했던 친구 연봉이 나보다 더 높은데, 뭐가 잘못된 거야?"
"나는 내 동기들보다 빨리 승진해서 연봉이 제일 높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워"
넷째, 주관적 요소들을 타인과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일을 통한 의미나 재미 등과 같이 주관적 요소를 주변의 동료나 타인 등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만족의 정도이다. 예를 들어,
"내 동기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데, 난 나의 일에 재미를 느끼니 참 만족스럽네"
"난 친구들보다 일이 재밌으니, 더 좋은 기회들이 생길 거야"
자기 기준에서 경력성공에 대한 느낌은 자신의 경력을 자기 거울로 바라보기 때문에 현재의 커리어나 일에 대해서 내 기준에 의한 만족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타인 기준의 경력성공에 대한 느낌은 자신의 커리어를 타인과 비교하여 평가하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내 기준이 영향을 받게 된다. 요즘처럼 자기주도적이고 가치지향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개인은 경력관리 주체인 자신이 정한 가치와 기준에 따라 경력성공 여부를 판단해 나갈 필요성이 높다.
커리어가 성공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
자신의 경력에 대한 만족과 더불어 직무만족, 고용가능성이 모여 주관적 경력성성을 진단해 볼 수 있다. 즉,나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느끼는 주관적인 성공감은 이 세 가지로 정의된다. 요약하면, 첫째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둘째, 나의 커리어 목표나 현재 경제적 소득 등에 만족하는지?. 셋째, 만약 현재 소속된 조직을 떠난다면 다른 회사로 이동이 가능한지?.. 이럴 때 내가 심리적으로 커리어에 대한 성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다른 회사로 “고용가능성”이라는 커리어 경쟁력을 느끼는 것이 심리적으로 커리어 성공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의 커리어 성공 마중물?
첫째, 타인과의 비교를 자제하는 것이다. 나에겐 오랜 습관이 하나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절대 수입이나 연봉을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궁금하지만 모르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만약, 나보다 연봉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부정적인)들이 들 수 있고 반대로 낮다는 것을 알았을 땐.. 비록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도, 상대 또한 내가 느꼈던 복잡한 생각들이 들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특히 친한 관계에서는 더욱 득 될 것이 없다.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할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좋은 관계란 상대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배려가 필요하기 마련이니 솔직함이 능사가 아닌 상황이다.
둘째, 자기 기준으로 목표에 대한 성취에 높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많은 노력을 갈아 넣어 스스로 세운 목표를 성취해 냈을 때를 생각해 보자. 험난했던 박사공부를 낑낑대며 할 때였다. 공부 스트레스가 심해 탈모나 악몽에 시달렸다. 하지만 끈기와 인내를 통해 받은 학위의 소중함이란 결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였고 그만큼 만족감이나 성취감이 높았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내가 세운 자기 기준을 넘어서면서 생긴 느낌이다. 이때 GRIT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억 연봉을 찍을 거야!" "40살에 임원이 될 거야" "50살에 사장이 될 거야" 훌륭한 계획이다. 만약 타인에게 자랑이나 과시, 비교를 위함이 아닌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스스로 세운 객관적인 기준이라면, 동기부여에 작용하여 성공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더..." "누구보다 덜..." 이런 타인 비교에 의한 만족감은 언제든 변하는 가짜 같은 것이란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SNS 홍수시대! 타인을 염탐(?)하고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하지만 성공을 하려면 무엇이 나에게 성공인지 내 기준이 있어야 하겠다. 내면의 자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멋지게 느껴져야 그게 진짜다. 타인과 비교를 통해 얻어진 느낌은 비교대상이 바뀌면 내 마음도 달라진다. 자기 거울이 분명한 사람이 성공감이 분명한 이유이다.
Greenhaus et al.(1990)
아래의 진단문항을 통해 주관적 경력성공감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해 보자.
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다, 3=보통이다, 4=그렇다, 5=매우 그렇다
A. 경력만족
나는 나의 경력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내가 성취한 성과에 만족한다.
나는 나의 전반적인 경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온 방향에 만족한다.
나는 경제적인 소득 측면에서 내가 이뤄 온 경력에 만족한다.
나는 승진목표 측면에서 내가 이뤄 온 경력에 만족한다.
나는 나 자신이 습득한 새로운 기술(역량개발) 측면에서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에 대해 만족한다.
B. 직무만족
나는 현재의 직무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나는 업무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업무 수행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나는 현재의 급여가 맡은 업무와 비교할 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업무는 대체로 내 능력과 적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C. 고용가능성
나는 내 분야에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능력/기술을 갖추었다.
내가 이제까지 획득한 기술과 능력을 고려할 때, 나에게는 많은 구직기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할 경우 내 분야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다.
Reference
Greenhaus, J. H., Parasuraman, S. J., & Wormley, W. M. (1990). Effects of race on organizational experiences, job performance evaluations, and career outcome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3(1): 64-86
Heslin, P. A. (2005). Conceptualizing and evaluating career succes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6,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