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 사건 이론(affective events theory)
추석이 지났다. 명절 때가 되면 기쁜 사람도 많겠지만, 피하고 싶은 사람 역시 많았을 것이다. 가족끼리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가족갈등은 무엇일까? 조사에 의하면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란다. 주로 부모가 결혼한 아들의 가정에 간섭하는 경우이다.
만약 어머니와 아들&며느리의 집이 가깝다면 문제가 더 자주 생긴다. 아들 집의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거나, 냉장고를 며느리에게 말도 없이 정리한다거나, 아이를 언제 낳고 몇 명 나을지, 이사는 가야 할지, 간다면 언제 가는 것이 좋을지... 자식 며느리 입장에서는 과한 간섭으로 감정이 상할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연휴기간 내내 기분이 가라앉고, 남편이나 아이에게도 짜증을 부리기 십상이다. 이내 또 다른 다툼이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쁜 감정이 나쁜 기분으로 이어져 초래된 결과이다.
누구나 언제든 감정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의 레퍼토리가 된다면 가정에도 좋지 않은 정서가 싹트게 될 것이다.
흔히 “무드가 있다” “무드를 잡는다” 하는 표현은 때와 장소를 가려 자기 기분(무드)을 조절해 상대에게 긍정적으로 발휘하는 것이다. 좋은 의미이다.
정서 = 감정 + 기분
정서(affect)란 사람들이 체험하는 넓은 범위의 느낌(feeling)을 총칭하는 용어이댜. 즉, 감정(emotion)과 기분(mood)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특히 감정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느낌을 뜻하지만, 기분은 감정보다는 덜 강렬한 느낌으로 자극의 원인이 다소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감정이 기분보다 더 순간적이다.
예를 들어서 상대방이 나에게 무례하게 굴어 화가 났다면 이것은 "감정"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느낌은 단 몇 분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에 반해 요즘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든지, 기다리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던지 등.. 즐거운 "기분"은 며칠이 지나도록 좋은 느낌을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감정은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반응인 반면, 기분은 직접적으로 사람이나 사건을 향한 것이 아니다. 감정들이 모여 총체적으로 기분을 형성하기 때문에 감정은 기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무드(기분)이다.
감정(emotion) :
특정 사건에 의해 발생됨
몇 초 또는 몇 분 정도 잠깐 동안 지속됨
무수하게 많은 느낌(분노, 공포, 슬픔, 행복감, 역겨움, 경악 등의 감정)
일반적으로 식별되는 얼굴 표정을 동반
행동지향적 속성
기분(mood) :
원인이 전반적이며 명확하지 않음
감정보다 오래 지속(몇 시간 또는 며칠간)
긍정적인 정서 Vs 부정적인 정서 등의 차원으로 구분됨
일반적으로 뚜렷하게 표현되는 모습이 없음
인지적 속성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각각 모서리에 있는 높고 낮은 긍정/부정적 정서는 서로 다른 감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정서들은 중복영역이 존재한다. 즐거움, 호기심, 행복, 흥분, 열의 등이 모여 긍정적 정서를 만드는 반면 스트레스, 분노, 좌절, 불편감, 후회, 지루함, 피로함,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들이 총제적으로 기분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기분이라는 것은 이러한 감정들 중에서 긍정적인 감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에서도 특정한 일이나 사건이 일어나면 구성원에게 정서적 반응(affective response)을 유발한다. 이 과정의 인지적, 행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 정서사건이론(Affective Events Theory)이다(Weiss & Cropanzano, 1996). 조직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구성원의 정서반응에 어떻게 유발되는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업무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태도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성과도 당연히 정서반응에 따라 긍정 또는 부정의 태도 형성하여 영향을 받게 된다.
회사는 어떨까? 구성원 모두의 감정과 기분에 신경 써줄 수 있을까? [Great Place to Work]라는 우수 기업문화 인증기관에서는 "일하기 좋은 기업(Best Workplace)"을 매년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믿음(Credibility), 존중(respect), 공정성(fairness), 자부심(pride), 동료애(camaraderie)의 5가지 평가요소로 구성된다. 이들을 수치화하여 균형감 있게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 인증해 주는 방식이다.
평가 요소 하나하나를 살펴봐도 성과, 매출규모, 성장률 등 정량적인 지수가 포함되지 않는다. 주로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 기분, 정서 등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좋은 조직문화라는 것이 인지적인 요소보다 구성원의 정서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조직문화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혜안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라 시사점을 제공해 주는 듯하다.
개인차원에서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관리하여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
McAllister(1995)
아래의 진단문항을 통해 상사(매니저, 팀장)와의 정서적 신뢰를 진단해 보자.
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다, 3=보통이다, 4=그렇다, 5=매우 그렇다
나와 나의 상사는 자유롭게 서로의 아이디어, 감정, 바램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이다.
나는 직장에서의 애로사항에 대하여 상사에게 허심탄 회하게 말할 수 있으며, 상사도 나의 말을 경청할 것이다.
만일 나의 상사와 나 둘 중 한 명이 부서를 옮겨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면, 나와 상사는 정서적으로 상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문제를 나의 상사와 의논한다면, 나의 상사는 내 문제를 진심으로 대하고 건설적이고 사려 깊은 조 얻을 해줄 것이다.
나와 나의 상사는 서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 해 감정적인 (정서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다.
Reference
McAllister, D. J. (1995). Affect- and cognition-based trust as foundation for interpersonal cooperation in organization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8(1), 24-59.
Weiss, H. M., & Cropanzano, R. (1996). Affective events theory: A theoretical discussion of the structure, causes and consequences of affective experiences at work. Research in organizational behavior: An annual series of analytical essays and critical reviews, 18, 1-74
Stephen P. Robbins & Timothy A. Judge (2010). Organizational Behav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