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좋아하는 게 없으면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언 #2

by 꿈꾸는 맹샘

"좋아하는 게 없으면요?"


선생님의 진로이야기에 귀를 쫑긋하던 아이 중 하나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좋아하는 게 없어요'는 매해 듣는 질문이다. 특히 6학년에게서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1, 2학년 때는 이 세상에서 내가 최고라고 외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밤도 새울 기세로 말하던 아이들이었다. 6학년이 되면 좋아하는 게 없단다. 어른이 되면 더하다. 의외로 많은 어른들의 진로 고민은 좋아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게 있더라도 잘하지는 않는단다.


좋아하는 것이란 건 무엇일까? 꿈에 있어서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항상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에게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농구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야구선수로 전향한다. 야구선수로서는 농구선수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시 농구선수로 돌아와 역대 최고 기록들을 써 내려간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좋을까에 대해 생각을 나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답을 내놓는다. 꿈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으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선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다 불현듯 한 아이가 이야기한다.


"근데 우리 아빠는 좋아하는 거라고 직업 선택했는데 그게 직업이 되니까 싫어졌데."


이 때는 순간 적막이 흐른다. 정말 신기하게도 매해 만나는 아이들마다 같은 패턴의 대화이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에서 부모님의 이야기를 흐르는 대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6학년 아이가 부모님 앞에서 '저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친구들은 잘 모르는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6학년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저는 그 만화를 정말 좋아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에게 꿈은 돈을 잘 버는 것이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이유도,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도 돈을 잘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은 돈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마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걸 망설이는 것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이게 돈이 되는지, 다른 사람이 응원해 줄 만한 것인지를 미리 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1년 동안 함께 우리 학급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점차적으로 알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의 변화는 정말 눈에 띄게 하루하루가 다르다. 바뀌긴 하는 걸까 하고 매일 사랑의 물을 주다 보면 어느새 수줍게 꽃봉오리를 내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없으면요?'라고 묻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내 속에 감추어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꺼내게 도와주세요 하는 구조요청의 말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게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특히 학부모 상담 때 부모님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어 걱정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럼 난 저 위의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게임을 좋아해요, 만화를 좋아해요 라는 말을 부모님께서 받아들여주실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학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는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아이가 좋아했으면 하는 것을 미리 정해두고 아이에게 물어보기 때문에 아이는 좋아하는 게 없는 것이다. 부모님이 원하는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사회가 원하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것이 없는가? 바람을 쐬며 여행을 하는 것, 야구경기장에 가서 신나게 야구 보는 것, 새로운 물건을 쇼핑하는 것,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 자신의 성향에 따라서 좋아하는 일들은 다르겠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적성과 흥미는 직업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직업에 맞추어진 적성과 흥미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거꾸로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을 적어나가면서 내가 진짜 좋아할 만한 일을 찾는 편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지금까지의 진로교육은 적성과 흥미를 직업을 찾는데 초점을 두고 찾는다. 특히 적성검사는 주어진 문항을 고르는 것으로 측정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적성검사에서 봤듯이 적성검사로 직업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등잔 밑이 어둡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부터 빈 종이에 차례로 써나가 보자. 그럼 그 사이에서 공통된 감정이 드러날 것이다.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나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세상에 나를 내보일 수 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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