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언 #4
"결과를 보니 두 분이 결혼하시기 힘들겠어요."
결혼을 2달 앞둔 시점, 건강가정센터에서 예비부부를 위한 강좌를 듣다가 나온 말이다. 그 황당하고, 어이없는 기분을 7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하철로 왕복 2시간이 걸리지만 내가 강력 주장하여 듣게 된 프로그램이었다. 1회 2시간, 주 1회씩 4회기의 프로그램. 무려 첫 시간 강의였다. 뒤 이은 이유가 더 황당했다.
"두 분 다 결정을 못하시는 타입이라 이것저것 고민만 하시다가 결혼 추진이 안될 거 같은데요."
예비부부를 위한 강좌에서 전문가라는 사람이 말하기에 적절한 문장이라고 생각되는가? 만약 내가 MBTI 검사를 이 검사 전에 접해보지 않았다면 진지하게 결혼에 대해 더 고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난 아래의 이유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1. MBTI 검사라고 시행된 그 검사지는 간이로 된 A4 양면 1장짜리였고, 시간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떤 검사도 30분 안에 한 사람을 파악하기엔 부족하며, 한 가지 검사만으로 그 사람을 단언할 수 없다.
2. 심리검사의 해석에 있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성격이란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며, 검사 결과를 시행할 당시의 상황에 따라 하루 만에도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저런 이유 때문에 자신 있게 전문가를 칭하는 강사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박을 제기하면, 우리 커플이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이트 대신 선택한 소중한 시간을 다른 사람과의 말씨름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강사는 우리의 침묵을 본인의 견해에 동의했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는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충고를 했다.
"앞으로 두 분 중 한 분이 결단을 내리셔야 해요."
무슨 결단을 내리 나는 걸까. 헤어지는 결단? 결혼하는 결단? 억지웃음을 띄고 "네"하고 말았다. 아마 강사는 드레스나 식장, 집 등 결혼하기 위해 선택하는 여러 가지 결정을 뜻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우습게도 우린 일사천리로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심지어 결혼 준비를 하는 와중에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도 않았다. 우리의 '네'라는 대답에 만족한 강사는, 다른 팀에 가서 이번엔 다른 커플의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필시 자격증을 딴지 얼마 안 되는 분인 듯했다. 나도 처음 심리검사를 접했을 때는 그것이 만능이고 진리인 줄 알았으니까. 정말 그럴까? 심리 검사는 만능이고 진리일까?
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MBTI의 결과에 푹 빠져있었다. '놀면 뭐하니'에서 구성된 싹쓸이 그룹에서 관련 노래가 나오며 MBT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난 그 열풍 속에 과거의 일을 생각하며 쓴웃음이 나왔다. 걱정도 함께 앞섰다. 저게 꼭 만능은 아닌데 어쩌지? 특히 아이들에게까지 이 검사가 번졌을 때, 그것이 꼭 고정된 것이 아님을, 상황에 따라 자라면서 바뀔 수 있음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수한 심리검사들을 접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심리검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진로검사를 실시하고 검사지를 배부한다. 센터에서는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성과 직업에 관련된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지를 배부한다. 그리고 검사의 끝에는 검사지를 받는다.
검사지를 받은 후, 우리는 검사 결과를 살펴보고 받아들인다. 매번 검사를 받지만 매번 결과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검사지를 받은 후가 더 중요하다. 검사지를 해석해 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정착이 안되어 아쉬울 뿐이다.
각종 검사는 사전 활동과 사후활동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 그 효과가 비로소 빛을 바란다.
그래서 학교에서 진로검사를 실시할 때, 항상 사전 활동과 사후활동을 한다.
단순히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를 받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다중지능검사를 받는다고 하면, 사전에 다중지능검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활동한다. 검사를 한 후에는 검사지를 가지고 검사지의 결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시간을 가진다. 미니북 만들기나 각 활동별 특성 알아보기, 직업 소개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 활동들에 대해 대학원 특강으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들 공감하였다. 검사하고 끝나버리는 것의 찜찜함은 모두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검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검사를 받는 것에서만 그치지 말고, 검사가 어떤 내용을 검사하는 지를 확인하고, 검사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그 검사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참고용임을 알고, 정보를 얻는 용도로 활용할 때 검사의 효용성이 살아난다.
어른이 되어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적성에 대해 고민할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검사의 결과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데에 검사는 작은 이정표를 제공해 주는 것과 같다. 내 꿈이라는 인생의 그림을 그릴 때, 검사 결과는 좀 더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적성검사는 직업을 선택하는 수많은 참고자료 중에 하나일 뿐이다. 내가 원하는 직업, 내가 잘할 수 있는 직업이 심리검사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무수히 많은 직업 결정요소 중에서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설픈 검사가 사람 잡는다.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검사를 맹신하기보다는 그 결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삼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