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에서 찾을 수있는 어른들의 꿈 이야기
"언니, 나는 퇴직 언제 할까, 퇴직하면 무슨 일할까 하는 생각으로 회사 다닌다. 매일 생각해. "
직장에 첫발을 내딛은 동생의 한마디에 나는 내 초임교사 시절을 떠올렸다.
"초등교사가 이런 거였다고? 이건 아니지 않나? 그만두어야 하나?"
설레는 첫 출근 후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황당함과 절망이었다. 그야말로 믿는 직업에 발등 찍힌 것이다.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낀 기쁨은 온데간데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날 지배했다.
첫 출근한 교실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나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지만 아이들의 눈은 허공을 맴돌았고, 저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당황한 나는 말을 더듬거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점심시간은 더했다. 급식실에 가서 어떻게 밥을 먹여야 할지, 밥을 먹으며 친구와 싸우지는 않는지, 아이들이 들고 가는 식판이 엎어지지는 않을지 정말 밥이 코로 들어갔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고 의자를 거칠게 밀고, 책상 위 물건을 던졌다. 아이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시작할 줄 알았던 나의 첫 출근날은 그랬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로서의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지금의 나는 초등교사로의 삶을 너무도 사랑한다. 매일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아이들과 호흡하고 수업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다들 뭘 그렇게 까지 하냐고, 교장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일이냐고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누가 시킨다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커가는 모습에 온 마음이 기특함과 뿌듯함으로 가득하다. 물론 때론 좌절을 겪고, 깊은 절망감을 겪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내가 최고라고 믿었던 직업이 내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때.
내가 최선이라고 믿었던 직업을 더 이상 못하겠을 때.
직업을 가지긴 했지만 내가 꿈꾸던 직업이 아닐 때.
내가 좋아하는 것 자체가 흔들릴 때.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장담하건대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꺼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말을 꺼내면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말이 돌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을 꺼내면 '아직 어른이 안된 거야'라는 말이 돌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 '믿는 직업에 발등 찍혔구나'하고 그냥저냥 살아야 하는 걸까?
매일 마지못해 출근하면서 '도비는 자유예요'를 말하는 날만 손꼽아가며 살아야 하는 걸까?
11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300명 가까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연수를 하며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고, 진로교육을 하기 위해 다른 직장인들을 만나면서 찾은 공통점이 있다. 직업에 대해 아이들이 고민 하고 있는 것을 어른들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고민은 의외로 아이들의 상상도 못 한 생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아이들의 단순하고 순수한 시각이 오히려 어른들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때가 많았다. 교직생활동안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깨닫게 된 진로 고민 해결이야기를 직업으로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내 직업과 꿈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난 더 이상 '믿는 직업에 발등 찍혔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꿈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동안 어떤 일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이들 사이에서 진로교육을 하며 만났던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로 자신의 직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자 한다. 모든 변화가 그러하듯 변화는 언제나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여러 관점에서 아이들의 진로 고민을 들어보며, 직업에 관한 고민을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