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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Oct 12. 2024

드림이와의 만남

이야기 속으로

   드림맥스게는 오래된 친구가 있습니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부터 약 4~5년 전쯤인 것 같네요. 회사 사무실 자리를 재배치하면서 이동한 새로운 곳에 버려져 있던 작은 화분하나. 거기에는 여섯 가닥의 콩나물 크기 만한 초록의 새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드림맥스는 매일 출근하면 새 친구에게 마실 물을 나눠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매일 조금씩 물을 주면서 뿌리가 썩을까 봐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인지 무럭무럭 잘 자라났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는 함께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의 종류도 이름도 알지 못했습니다. '드림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 친구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희망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습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드림이와 인사하고 상태 체크부터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드림맥스는 드림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잣말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를 드림이에게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드림이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드림맥스의 마음을 다 받아 줬습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림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났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할 정도의 길이로 자라나 책상 한쪽 공간을 다 차지해 버렸지요. 매일 드림맥스를 보면서 말없이 응원해 주고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사무실 자리를 다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드림이를 바라보던 드림맥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간이 협소해서 무성하게 자라난 드림이를 지금과 같이 키우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 정도 함께 하고 자리를 지켜준 드림이를 한번 정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길게 자라난 드림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드림이에게 물었습니다.


"드림아, 이제는 비좁아서 더는 여기서 지낼 수가 없을 것 같구나. 어떡하면 좋을까?"

'저는 드림맥스님 생각에 따를게요. 어디든 함께만 있을 수 있다면 좋아요.'


   드림이가 마치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기존의 줄기는 포기하고 줄기 끝부분으로 새롭게 키워 보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던 열한 개의 줄기 끝을 잘라서 종이컵에 담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드림이를 다시 살려 내야만 했습니다. 줄기가 잘려나간 드림이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물에 담긴 열한 개의 줄기는 과연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드림이를 일주일 정도 물을 담은 종이컵에 세워 두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새로운 뿌리가 돋아 나고 있었습니다. 열한 개의 줄기에서 나온 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화분으로 옮겨 심을 때가 왔습니다. 새로운 화분에 흙을 채워 넣고 정성스럽게 옮겨 심었습니다. 이제는 드림이가 잘 적응해서 자라날 수 있도록 매일 잘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매일 퇴근하면 드림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그런 드림맥스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신기하게도 드림이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니 초록의 잎들이 마치 작은 숲과도 같았습니다. 햇빛을 보며 자라나는 드림이는 회사에 있을 때의 연약하던 줄기와 잎과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풍성하게 성장했습니다.




   어느 한적한 일요일 오후, 여느 때와 같이 드림맥스는 드림이를 바라보며 상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드림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드림맥스의 간절한 마음이 드림이에게 닿았을까요? 아는 듯 모르는 듯 드림이는 거실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에 초록의 잎을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자리 잡은 드림이 옆에 앉아 있던 드림맥스는 순간 몽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드림이가 화분 위에서 기지개를 켜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깜짝 놀랐습니다. 드림맥스를 향해 몸을 움직이며 드림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림맥스는 놀랐지만 너무나도 친숙한 드림이었기에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열한 줄기의 작은 드림이들이 제각기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때 제일 오른쪽에 있던 드림이가 먼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림맥스님, 저희들이에요, 드림이. 회사에서 답답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이렇게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옮겨 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드림맥스님 덕분에 햇빛이 잘 드는 거실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드림맥스는 말을 하는 드림이가 놀라웠지만 신기하게도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보던 드림이 이기도 했고 그동안 이야기를 너무 나누고 싶었기에 오히려 반가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친숙한 드림이가 말을 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열한 명의 드림이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 쏟아내는 이야기들이 섞여 버려서 그냥 웅웅 거리는 소리로만 귓가에서 맴돌았습니다. 서로 이야기하겠다고 싸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드림맥스는 조용히 드림이에게 얘기했습니다.


"드림아,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구나."


   드림맥스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드림이들은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일 앞 오른쪽에 있는 드림이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덩치가 가장 큰걸 보니 드림이들 중에서 맏인 것 같았습니다.


"얘들아, 얘들아. 잠시만 내 얘기를 좀 들어줘. 드림맥스님과 얘기하는 이 순간을 우리가 얼마나 손꼽아서 기다렸는데.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자. 이렇게 동시에 얘기를 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그렇게 첫 번째 드림이 얘기를 듣고 제각기 하던 이야기를 멈추었습니다. 시끌벅적하던 거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다시 맏이로 보이는 드림이가 얘기를 이어 갔습니다.


"드림맥스님, 그동안 저희를 너무 이뻐해 주시고 정성스럽게 돌봐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 사무실에서 첫 번째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이후로 드림맥스님을 만나게 되었죠. 버림받은 저희를 드림맥스님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드림맥스님 집으로 저희를 데려와서 지금과 같이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저희끼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창 너머의 바람과 구름, 그리고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각자가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림맥스님께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그 시간을 기다려 왔지요. 그래서 드림맥스님께 서로 얘기하려고 했던 거예요."


   드림맥스는 조금 전 드림이들이 왜 그렇게 시끄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림이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드림이가 들려주는 자연과 사물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열한 명의 작은 드림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드림맥스는 빠져들고 있습니다. 첫 번째 드림이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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