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맥스는 드림이를 바라봅니다. 잠시 뒤에 드디어 첫 번째 드림이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밝고 맑은 톤이지만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드림이 목소리에 드림맥스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 봅니다.
"드림맥스님, 창밖의 바람이 전해주었던 이야기인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한번 맞혀 보세요."
그렇게 첫 번째 드림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Story 1]
저는 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여름이면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가뭄에 시달리기도 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겨울이 되면 몰아치는 칼바람의 추위를 견디기도 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따사로운 햇살과 촉촉한 봄비를 맞으며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화려하게 변신해 버린 숲 속의 친구들을 보며 인생 살아가는 얘기를 오손도손 나누기도 합니다.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요?
그렇게 힘들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던 삶을 정리하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사람들 사는 세상으로 내려온 것이죠. 여기에서는 완전히 또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새로운 삶이 저는 좋습니다. 이야기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행복합니다.
산에서 살다가 왔지만, 저는 이제부터 이야기꾼으로 살아갑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합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교류되는 것이죠. 잠시나마 자신의 추억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보람을 느낀답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일들을 들려줄 때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조용하고 큰 집에서 여러 친구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기도 합니다. 언제쯤 사람들이 저를 찾을지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날이 올 때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저의 삶의 일부입니다. 사람들이 분명히 저를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고 지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SNS에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저를 찾는 경우가 많이 적어져서 속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있기에 또 다른 이야기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창조의 과정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생각의 지혜를 담은 저를 분명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아, 참. 제가 변신하던 과정 얘기를 안 해드렸군요. 산에서 내려온 뒤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동안 입고 있던 옷을 벗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입고 있던 외투는 다음 변신을 할 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벗어던져 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제 몸집을 확 줄이게 됩니다. 변신하는 과정이니 조금 아파도 잘 참습니다. 이때부터 제 이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Pulp'라고 부르더군요.
얇게 변신한 저는 크고 비좁은 프레스 섹션의 틈을 아주 빨리 지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이 아주 고통스럽기는 합니다. 새롭게 변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필수적인 과정이니 잘 참고 견디어 냅니다. 그 뒤에도 다양한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 과정들을 잘 참아내고 사람들의 얘기를 품고 나면 드디어 세상과 소통하는 그날이 오게 됩니다. 제가 누구인지는 이미 아셨을 테죠?
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랍니다.
첫 번째 드림이는 드림맥스를 향해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습니다.
"드림맥스님 얘기가 아직 이어지니 들어 보세요. 얘기한 책과 관련이 있는 또 다른 얘기이지요."
[Story 2]
오늘도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하는 기대감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해 봅니다. 햇살이 타고 들어온 방안이 환히 밝아졌습니다. 오늘 저는 또 여행을 떠납니다. 하루하루가 그렇듯 신나고 기대되는 새로운 여행에 들떠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합니다. 뭐 준비라고 해 봐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정도입니다. 그런 생각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여행지는 역시나 미지의 세계입니다. 사실 여행은 제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정은 '그리운 친구들을 찾아서'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누군가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움직여 봅니다. 하지만 어떤 길을 따라는 가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가 방향을 잃지 않고 사람들이 저를 알아볼 테니까요.
약간은 누런빛이 감도는 어느 장소에 도착해서 터벅터벅 길을 걸어 봅니다. 제 신발에는 까만 물을 뿜는 기능이 있습니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한 걸음 한 걸음 저의 발자취가 선명하게 남아 있네요. 누런 바닥 위에 길게 검은 지국들을 남기는 것이지요. 뒤돌아보니 이쁜 자국 같기도 하고 갈겨쓴 자국 같기도 합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한참 걷다 보니 멀리서 반가운 친구의 모습이 보입니다. 흐릿하지만 점점 선명해지는 친구들.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그 친구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더 빠른 걸음으로 마치 춤을 추듯이 그들에게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달려가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 즐겁게 뛰어놀던 얘기도 하고, 살면서 힘들었던 얘기며 주제가 없는 기억을 마구 쏟아내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웁니다. 이런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오늘도 열심히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누런 바닥 위에 자국으로 남겨 봅니다. 정말 누군가의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현실의 진짜 제 친구들은 참 다양하게 생겼습니다. 우선 저는 조금은 길쭉하지만, 적당히 나온 배가 보기 싫지 않은 중후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배까지 내려오는 큰 모자를 눌러썼지만 제가 누군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요. 금박의 띠가 둘린 검은색 옷이 제 트레이드 마크이지요.
어떤 친구는 저 같은 기다란 모자를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하얀 옷만 입고 바지는 검은색. 그런데 정말 웃긴 게 다리가 너무 짧아요. 서 있으면 정말 웃기게 생긴 거 같은데 희한하게 웃기지 않습니다. 까만 머리에 흰옷을 입은 길쭉한 몸에 짤막한 검은 다리. 하지만 아주 오래된 제 소중한 친구입니다.
다른 친구도 너무 많은데 다들 자기만의 개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친구들이 너무 좋습니다.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어떤 때는 좁은 방에 같이 다닥다닥 누워서 멀리 여행을 갈 때도 있습니다. 여행지로 이동해서 방의 문이 열리고 환한 바깥세상으로 나갈 때의 그 느낌은 정말 황홀합니다.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어디서든 제가 움직일 때면 누군가의 추억이 남게 됩니다. 사랑이 남게 됩니다. 마음이 남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와주면 그 마음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멋진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자주 데리고 다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역할이 너무 좋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저나 저희 친구들을 조금씩 멀리하고 있어서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저희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그런 시대이기는 합니다.
여러분들은 추억 여행의 기억을 남기고 싶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다소 시간이 많이 들고 어렵기는 하지만 제가 도와드린다면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의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천천히 마음의 소리를 기록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마음의 소리를 종이 위에 글로 옮겨 주는 펜입니다.
좁은 방에 다닥다닥 붙어 누워서
드림이가 전해준 첫 번째 이야기는 책과 펜이었습니다. 자연과 사물의 관점으로 들은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했고 관점이 달라진 이야기를 들으며 드림맥스는 잠시 새로운 생각에 빠져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