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기를 마치며...
유럽에서는 박물관이나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규모나 보존 상태에 있어서는 정말 감탄할 정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큰 건물들을 지었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분명 한국의 느낌과는 많이 다른 유럽이었다.
건축물에는 어김없이 사람의 조각상이 등장했다. 한국의 건축물 어디에서도 사람의 조각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는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고 하면, 유럽의 건축물은 거대한 구조물 건축을 통해 마치 신에 대한 인간의 조용한 도전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럽 여행은 분명 지금까지의 여행지와는 달랐다. 현대의 발전된 문명의 모습보다는 과거와 현재가 잘 조화된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한 듯한 느낌 말이다. 세월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유럽 박물관이다.
이는 사람들이 재 방문했을 때 기억의 안정감을 갖게 할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 또다시 유럽 여행을 가더라도 큰 변화 없는 과거의 모습들을 온전히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남았다. 이번 유럽 여행이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2018년 8월 20일 16경에 집으로 돌아왔다. 11일 8시간 동안 유럽 여행을 한 셈이다. 유럽에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은 매콤한 한국 음식이었다. 유럽에서의 음식이 다소 부실했던 것도 있었지만 한국의 매운 음식이 먼저 생각이 났다. 역시 한국인인가 보다. 입안이 얼얼해지는 한국의 맛을 느끼자 비로소 한국에 돌아온 실감이 났다.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 가족들과 고민을 많이 했었다. 좋아하는 한 개 나라를 정하고 갈 것인지, 몇 개국만 갈 것인지, 아니면 많은 나라를 돌아볼 것인지 등등. 결국 유럽 6개국 10박 12일 패키지여행을 택했다. 가성비를 선택한 것이다. 쉽지 않은 여행의 선택이었기에 이왕 가는 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오기로 결정했다.
유럽 여행의 방식에 따라서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6개국 패키지여행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 있으니 참조만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장점부터 보면,
첫 번째는 짧은 기간에 정말 다양한 곳을 실속 있게 많이 보고 올 수 있다. 가성비는 최고다. 어느 나라 가 봤어라고 하는 이야기거리가 풍부해진다. 가지 않은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잠깐 간 것도 간 것이니까. 그 나라의 진정한 문화 체험을 하기는 어렵지만, 오감으로 느껴본 그 나라에 대한 경험은 리얼이기 때문이다. 가기 힘든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다녀왔다는 증거 사진들이 내 사진첩에 넘쳐난다.
두 번째는 패키지여행의 장점인데 어디를 갈지 고민이 필요 없다. 유럽 6개국의 주요한 관광지를 짜임새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아마도 개인이 스케줄링해서 간다면 이런 일정 자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여행사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알차게 시간 단위로 잘 짜인 여행을 하게 된다.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관광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여러 나라를 단기간에 가야 하기에 단점도 분명 있다.
첫 번째는 거의 매일 짐을 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애로사항이다. 2~3일 정도 숙박했던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매일 새벽에 짐을 싸서 버스에 싣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해야 했다. 군 시절 준비 태세같이 매일 새벽에 군장을 싸는 느낌이다.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두 번째는 단체로 이동하는 일정이기에 보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볼 수 없다. 조금 여유롭게 경치 구경하면서 커피도 한잔 하면 좋겠는데 그럴 수가 없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현지 맛집을 방문하거나, 여유롭게 술 한 잔 하기도 어렵다. 여행 일정이 타이트한 것도 있어서 숙소만 가면 피곤해서 기절하는 수준이다.
세 번째는 숙소와 음식이 조금 부실하다. 이건 유럽 자체가 그럴 수도 있기에 패키지여행의 단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양한 숙박 시설을 다녀 봤는데 그리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다. 한국과 비교해서 그럴 수도 있다.
장단점을 적기는 했지만 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휴양을 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감수해야 할 숙명이기는 하다. 아무튼 6개국 12일 이런 종류의 여행 패키지를 선택한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부지런히 여러 군데를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 분들에게는 강추이다. 하지만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면서 휴양을 더 선호한다면 분명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유럽 여행에서 함께 돌아온 기념품들이다. 주로 냉장고 붙이는 자석류이다. 값비싼 여행 기념품은 없다. 소박하지만 그 나라를 잘 표현하고 있는 자석 스티커 형태의 기념품이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으로도 여행지를 잘 기념할 수 있는 흔적들을 모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 조금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여행지의 조각들 말이다.
힘든 여행이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충분히 유럽의 감성을 충전하고 돌아왔다. 쉽지 않은 결심을 해야만 갈 수 있는 여행지 유럽이기에 그 여운이 더 큰 것 같다. 감성이 충만한 유럽 여행을 다녀왔거나 떠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2018년 감성 충전, 유럽 이야기 by 드림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