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독일 하이텔베르크
드디어 유럽 여행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여행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나라로 봐야 할 것 같다. 감동의 연속이었던 이탈리아 여행의 여독을 풀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짧게 머물렀다.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길이다.
드디어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왔다. 풍경이 바뀌었다. 마치 스위스에 온 듯한 멋진 자연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탈리아와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었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펼쳐진 경치를 바라보니 그동안의 유럽 여행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선 뒤로 웅장한 산맥의 경치가 이어졌다. 파란 하늘을 가려버린 흰 구름 아래로 장엄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자연의 웅장함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다. 숨 가쁘게 달려온 유럽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것만 같았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창 밖의 풍경은 조용하고 평안한 마을 느낌이었다. 이름 모를 멋진 산을 병풍으로 평화롭게 자리 잡은 마을의 모습이 아늑했다. 이젠 진짜 오스트리아로 들어가 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사실 특별한 관광 코스는 없었고, 인스브루크 시내만 둘러봤다. 딱히 관광지라기보다 그냥 평범한 유럽의 느낌이었다. 별다른 기억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즈음부터 유럽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이 함께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기운을 내며 인스브루크 시내를 걸었다.
인스브루크 헤르초크 프리드리히 거리 막다른 곳에 2657장의 금박 동판을 입힌 황금 지붕(Golden Dachl)이 유일한 볼거리였다. 황금 지붕은 1494년 막시밀리안 대제가 광장에서 개최되는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인스브루크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했다.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인스브루크에도 길거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장미를 들고 마치 동상처럼 꼼짝하지 않고 서 있다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람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동상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대단한 인내력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였으니 아마도 그녀를 형상화하는 듯했다.
또 한 번의 무중력 사진을 담았다. 어설픈 포즈가 담겼다.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추가적인 시도는 하지 않았다. 이제는 사진에 새로운 장면을 담는 것도 다소 지쳐 가는 시점이기도 했다.
시장에서 소시지를 정성스럽게 굽고 있었고, 소리와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잠시 뒤에 점심 식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눈으로만 먹음직한 장면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한때 유명했던 미국드라마 '로스트'의 '존 로크'가 생각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의 노인이 사진에 담겼다. 언뜻 보면 딱 존 로크라고 착각을 할 만큼 비슷한 이미지였다.
이제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오스트리아의 숙소 내부다. 그동안의 다른 나라 숙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마치 대합실 의자 같은 모양의 침대가 웃기기도 하고 특이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방은 나름 쾌적한 상태였다.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 숙소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 켜 놓은 조명등 외에는 암흑천지였다. 이것이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거리의 풍경이었다. 여행의 피곤함이 몰려와서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곧장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넘어왔다. 처음 눈에 들어온 광경은 아름다운 동화 같은 마을 하이델베르크 전경이었다.
마지막 여행지인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향했다.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성 같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숙박 시설이었던 것 같다.
언덕 정상 하이델베르크 성에 도착했다. 과거의 화려함은 온데간데없고 폐허가 된 성의 앙상한 모습만 남아 있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역사 속으로 잠겨가는 고성의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간은 흘러가고 세월의 뒤안길에 역사의 흔적만 남았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동화 속의 마을 같았다. 붉은 지붕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쓰러질 듯 서 있는 하이델베르크 성과 달리, 현시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교차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 마을 모습 또한 2018년 당시 대비 6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제법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모든 유럽 여행 일정이 끝났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시원섭섭했다. 지금 이 시점에도 귀국 직전의 아쉬운 기분이 생생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독일 맥주 한잔 하며 여행의 여운을 함께 나눴다.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2018년 가족 유럽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독일 상공으로 날아올라 기나긴 한국 귀국길에 올랐다.
마지막 기내식으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 본다. 유럽 여행 통틀어서 기내식이 제일 맛있었던 기억이다. 그 정도로 유럽 여행에서의 음식은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한국 음식이 최고였다. 얼른 돌아가서 매콤한 식사를 하자고 얘기가 모아졌었다. 실제로 여행이 끝나고 집 근처에 매콤한 낙지를 먹으러 직행했었다. ^^;
이렇게 유럽 10박 12일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생생한 유럽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고 귀국했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다양한 유럽의 나라들을 알차게 돌아봤다. 느긋하게 돌아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유럽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여행이었음은 분명했다. 여행을 뒤로하고 또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다시 떠나리라 다짐해 본다.
(2018년 감성 충전, 유럽 이야기 by 드림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