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다(8)
다이어트 스토리 <뚱보, 내 인생>
내가 생각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건강과 미(美)에 대해 좀 이상하거나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나는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이 점들을 발견했다.
우선, 열애 사실을 공개하고 곧 결혼을 앞두었던 한 여자 가수가 약간 살이 찐 채로 대중 앞에 섰다. (그녀는 현재 결혼했다.) 적어도 내 눈으로 보기에 그녀는 그렇게 살이 찌지 않았고 오히려 그 전이 저체중이었기에 건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녀가 나온 유튜브 숏츠에는 ‘본인이 임신한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냐’ 등 심한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다. 그녀가 자신을 향한 악플들을 읽으면 얼마나 마음이 안 좋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결은 비슷한 예인데, 한 남자 가수가 자신의 멋진 집에서 먹방을 보며 타바타(TABATA)라는 홈 트레이닝을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는 “자극적인 게 필요”하고, “(음식) 씹는 소리를 들으면 카타르시스가 온다”라고 했다. 그는 본인이 왜 먹방을 보면서 운동하는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는 먹방을 보면서도 본인은 식욕을 참아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는 것 두 가지가 콜라보를 이루면서 감정적으로 충만함을 더 느끼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한 사람의 한국 사람으로서 건강과 미(美)에 대해 이상하거나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나의 몸무게 변천사를 쓰는 것도 재밌겠다.
나는 21살의 여름에 한 달 정도 대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다.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토익 특강을 듣고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토익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이 쏠렸다. 바로 다이어트였다. 나는 매일 기숙사에 있는 헬스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했다. 계단 오르내리기도 했다. 거의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키 164cm에 몸무게 49kg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깡마른 몸을 가지고 기숙사에서 돌아왔다. 아직 여름이 남아있었기에 나는 얇은 옷을 입고 잤고 엄마는 내가 자는 모습을 보며 “뼈다귀 같다.”라고 하셨다. 물론 그 몸무게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 후로 53kg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했던 것 같다.
나는 석사 때 대학원 근처에서 자취를 했는데 식당 아르바이트를 공부와 병행했다. 국을 500그릇 넘게 펐는데 체력적으로 고달팠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그래서 몸무게가 55kg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요즘, 몸무게가 60kg이 되었다. 팔다리는 말랐는데 배는 마치 임산부처럼 나왔다. 엄마는 내게 성인병이 걱정된다고 하셨고, 나도 걱정이 되기는 하나 걱정만 할 뿐 운동을 안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의 건강과 미(美)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 <뚱보, 내 인생>은 프랑스 사람들의 건강과 미(美)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을 알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건강하고 날씬할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 아닌 편견을 지니고 있었는데, <뚱보, 내 인생>을 통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만 2급 판정을 받은 주인공 벵자멩은 평범하게 사는 것을 원한다. “편하게 살려면, 중간에 머물러야 한다”(14p)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목도 평균 점수만 얻으려 하고, 학생 명부에도 서른 명 중에 열세 번째로 기록된 자신의 이름에 만족한다. 그런데 어불성설이게도 몸무게는 누가 봐도 비만이다. 다른 것들은 중간을 원하면서도 유독 몸무게만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중학생들이 그러하듯이 벵자멩에게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긴다. 벵자멩은 자신이 좋아하는 클레르의 마음에 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그의 다이어트는 당연히 쉽지 않을뿐더러 좋아하는 클레르에게 아주 서투르게 고백을 하고 거절당하고 만다. 그 상처로 벵자멩은 폭식을 하게 된다. 어려운 그때에 벵자멩은 클레르의 친구가 되는 것이 우선적이라는 아버지의 내연녀 소피 아줌마의 충고를 듣는다. 벵자멩은 클레르와 친구가 되고 마침내 입맞춤으로써 친구를 넘어 연인이 된다. 너무나 행복해진 벵자멩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딱 세 모금 먹고 남긴다. 그리고 생각한다. ‘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사랑을 하는 건데……’(166p)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부비만인 나에게도 이 사실은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나도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