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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1)

서문

by 권수아 Dec 22. 2024

 ‘새로운 출발’이라는 새 챕터를 시작하기 전에, 전 챕터 ‘기억을 더듬다’에 대해 일종의 해명을 하고자 한다. ‘기억을 더듬다(1)-서문’에서 나는 “내가 학창 시절에 책을 아예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책을 조금 읽은 듯이 서술했다. 그런데 챕터 ‘기억을 더듬다’에 여덟 개의 서평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 정도면 많이 읽은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도 분명 있겠다고 생각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챕터 ‘기억을 더듬다’에 포함된 책들 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뚱보, 내 인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등학생 때 읽은 책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고등학생 때, <뚱보, 내 인생>은 중학생 때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초등학생은 어린이이고, 본격적인 학창 시절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학창 시절에, 특히 송파구에 오기 전에 책을 조금 읽었다는 생각은 아주 틀리지는 않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 챕터 이름이기도 한 ‘새로운 출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나는 부모님께 감사한 게 있는데, 바로 나를 위해 온 가족이 경기도 부천시에서 서울시 송파구로 이사를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출발이었다. 이사한 후에 만난 학생들은 전에 내가 겪었던 학생들과는 많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좀 유순하다고 할까. 그럼에도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안타까운 사례도 있고, 복된 사례도 있다. 각각 두 개씩 서술한다.  


사례 1.

 나는 아몬드 빼빼로를 먹고 있었다. 한 학생이 와서 빼빼로를 하나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육탄전을 벌였다. 이 사건만 이야기하자면, 절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자존감이 낮고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적으로 생각하던 그 시절의 나는 ‘나를 업신여겨서 내 간식을 앗아먹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학생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 일로 어른들이 집합하셨고, 그 학생은 “그저 과자도 얻어먹고,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사례 2.

 몇 년 전, 책꽂이 정리를 하다가 책꽂이 가장 아래 칸에 있던 작은 종이 가방을 열어 보았다. 그 속에는 성적표들과 편지들이 들어있었다. 한 학생이 내게 보낸 편지도 있었다. 나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학년이 끝나가고 친해지지 못해서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사례 3.

 어제는 나의 절친 J양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에게서 먼저 전화가 온 것은 드문 일이기에 기뻤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J양이 “우리가 어떻게 친해진지 아니?”라고 물어보았다. “아니.”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 그렇게 나는 J양과 친구가 된 지 10년도 더 넘게 흐르고서야 어떻게 친해졌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고3 때 같은 반이었다. J양은 늘 먹구름이 껴있었던 내가 어렵고, 무섭고, 측은지심도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사실도 학교에 퍼지고 있었다. 한 학생이 나의 물건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내가 갑자기 화를 내었다. 그 바람에 학교에는 ‘권수아는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이 돌았다. 그때, 신실한 크리스천인 J양은 교회에서 내주신 숙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하나님께 대한 순종으로써 가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 보세요.”라는 숙제였다. 그렇다. 바로 가장 좋아하지 않는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J양은 아주 용기를 내어 내게 다가왔다고 한다.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었어, ‘순종’.”


사례 4.

 이건 좀 결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동물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순이를 빼놓을 수 없다. 순이는 순(順)하라고 내가 이름 지어준 강아지였다. 사실, 순이는 첫 반려동물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병이 있는 줄 모르고 입양했다가 일주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반려동물의 입양은 큰 용기였다. 순이는 4년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순이는 살아있는 동안, 나의 힘듦을 받아주었던 존재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순이야, 많이 보고 싶어!)


 이렇듯 나는 송파구로 이사 후에 여러 유대를 겪을 수 있었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챕터 ‘새로운 출발’에서는 송파구로 이사한 후,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내가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에 대해 서술할 계획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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