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이해
중국 출장은 예전에 갔던 미국, 유럽, 인도 출장 대비 비행시간이 훨씬 짧다. 1시간 반 정도의 시간 밖에 안되니 비행시간만 보면 국내 출장인지 해외 출장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진상 고객은 존재함을 느끼게 한 일이 있었다.
나의 대각선 앞자리에 앉은 승객이 있었는데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부터 눈에 띄었다. 비교적 일찍 탑승했는데 뒷자리 승객이 한참 지나가고 가방을 머리 위 선반에 올리고 있는 그 시점에 승무원을 불러 티슈와 물을 요구했다. 목이 마르면 그럴 수 있으려니 싶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했는데 안전벨트 사인이 끝나자마자 벨을 눌러 승무원을 호출했다. 식사와 음료를 제공받고 트롤리가 뒷자리로 이동하자 또 곧바로 콜 벨을 누르는 게 보였다.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볼펜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식사 후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또 콜 벨.
내가 그의 행동을 잘 볼 수 있었던 것은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고 싶지 않아도 승무원을 계속 부르고 하니 잘 보였던 것이다. 내가 봤을 때 면세품을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번역기 앱에 글자를 입력하는 것이 보였는데 거기에도 칫솔 5개, 물티슈 3개를 달라는 질문을 입력하고 있었다. 흠... 진상의 스멜이 스멀스멀.
내가 봐도 승무원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무는 것이 보였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본인은 자신이 진상일 줄 모르겠지, 그저 본인이 산 비행기 티켓으로 야무지게 뽕 뽑았다고 할 것이다.
언젠가 사회생활을 하며 본인과 똑같은 사람을 겪어보며 거울 치료를 받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