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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an 03. 2022

회사에서 만난 좋은 리더

직장생활을 하면서 좋은 리더를 만나기 보다 좋지 않은 리더를 만날 확률이 훨씬 크다.

왜냐하면 리더라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격이 아니라 성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고 하는 것처럼,

성과가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3년의 계약 기간 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심지어 1년만에 집에 가신 분도 보았다!)


그리고 그 성과는 아랫사람을 쥐어짜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다수가 그러한 생각을 가진 조직에서 선한 인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생명 부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변하게 된다.

특히나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한 프로그램에서 소시오패스가 많다고 언급을 한 곳이기에

좋은 리더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 수년의 조직생활을 하면서

아랫사람을 도구나 부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하며

인품이 훌륭하신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 분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며 나를 돌아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은 바로 신랑의 부서장이었던 상무님.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한마디로 존경스러운 분이다.

신랑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전 2년 정도 그 분과 함께 일했는데,

나에게 틈만 나면 그 분 이야기를 했다. 

그 분한테 배울 점이 많고  정말 훌륭하신 분이라며,

조선시대로 말하면 그야말로 사대부 집안의 양반이자 선비라며

칭찬과 존경의 찬사를 곁들여서 말했다.


신랑이 그 분과 함께 일하며 겪어던 다양한 일화를 말해주어도 

응,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있었던 에피소드는 나 역시도 정말 놀라운 상황이었다.


신랑은 2년 동안 그 분 밑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그 전 부서에서 누적된 하위 고과로 인해 진급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이직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회사에 최종합격하여

연봉 협상을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신랑은 이직할 회사에서 보낸 연봉제안서 메일을

어리석게도 회사에서 개봉을 했고

회사 컴퓨터의 DRM은 그 메일 내용을 인사부서와

부서장에게 자동으로 재전송해버렸다. 


한 마디로 신랑이 이직을 준비중이었고, 곧 퇴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났고, 부서장은 신랑 때문에 밑에 사람 관리를 잘못했다는

질책을 받는 난처한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부서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신랑의 이직 자체를 무산시킬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 역시 신랑이 이직도 못하게 되고,

지금 회사에 남아서도 꼬이게 되는 상황이 될까봐

조마조마했다.    


사람은 자신이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때 본심이 드러난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상무님은 신랑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우선 이직하게 된 것은 축하하네. 

자네에게는 지금 회사에 남아있는 것보다 이직하는 것이 더 큰 기회가 될 것이야. 

그런데, 그 메일 때문에 나도 곤란해지게 되었어. 

나는 인사팀에 자네가 학위를 따기 위해 퇴사한다고 말할테니,

자네는 최대한 빨리 퇴직 절차를 밟아주게."   

그 말을 전해듣고 정말 놀랬다.

아 이런 분이 계시구나... 이 분은 정말 내가 직접 겪은 성인군자이시구나. 

내가 그 상황이 되어도 나는 그렇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다행히 신랑은 순조롭게 퇴직 절차를 밟고 문제없이 이직할 수 있게 되었다. 

신랑이 퇴사하기 전 나라도 와이셔츠나 넥타이 같은 그 분의 선물을 챙겼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과 송구스런 마음이 든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그 분의 큰 그릇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최근 전해들은 소식으로는 그 분도 퇴사를 하시고 스타트업을 창업하셨다고 한다.

새해니깐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건승을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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