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사하기 전까지는 리더십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리더십이 좋은 사람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외향적이고, 달변가이고, 적극적이고,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분위기를 잘 주도하고,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고, 호탕하고 대범하다 등등.조직에서의 리더십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학창 시절 보아왔던 반장이나 총대, 학생회장에게서 그 모습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만나 뵈었던 십 수명의 사장님들과 백 명이 넘는 임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어, 저분은 생각보다 조용하시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구나. 콘퍼런스 같은 행사에서 진행을 하거나 연설하시는 건 해야 돼서 하는 일이지 즐기시는 건 아니구나', '의외로 낯가리고 shy 하시네?' 등등
내가 겪었던 임원 및 사장단 리더십의 특징들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보다 시간관념이 정확하다, 꼼꼼하다, 핵심을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하게 파악한다, 교통정리를 잘한다 (일명 Role&Responsibility를 확실하게 나눈다), 책임감이 강하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한 바를 이뤄낸다, 비전을 제공한다 등과 같았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자회사이고 공대 및 엔지니어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이 결국 사장까지 올라가는 구조이기에 그런 특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에 대해서는 나만 그런 편견을 가진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읽었던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심리학자로서 무척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성격의 사람이 리더에 적합한가요?' 식의 질문이다. 어떤 분께 이런 질문을 받았다. "창의적인 시람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나요?" 한마디로 성격과 능력의 함수관계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또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성격과 능력은 큰 관계가 없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역량 요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리더십이나 창의성 역시 성격과의 연관성은 크게 높지 않다.
성격이란 무엇인가? 학문적으로 정확한 정의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 짓게 만드는 안정적이고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안정적이고 잘 변하지 않음'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상황이나 여건이 변해도 고집스럽게 유지되는 특징이 성격이다.
그런데 창의성이나 리더십과 같은 역량의 본질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과 상황 그리고 주어진 일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변하지 않는 측면인 성격이 변화무쌍함을 골자로 하는 대처능력인 리더십과 창의와 상관이 높지 않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중 -
혹시 내가 활달하지 않아서, 말을 잘 못해서, MBTI 검사를 했더니 내향형으로 나와서 리더십이 부족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직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는 리더십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