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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Mar 29. 2022

문희경과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통점은

공부의 이해

대학 4학년 때 동호회에서 알게 되어 20년 가까이 인연을 맺고 지내는 친한 언니가 있다. 사는 곳이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인생과 육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명이다.

지난 겨울 방학, 나의 추천으로 언니 아이 3명을 같은 영어캠프에 보내게 되면서 아이들 진로와 교육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언니의 첫째 아들은 중학생인데 IT와 코딩에 관심이 많아서 기숙사형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시킬까 고민을 하고 관련 학교를 알아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기숙사를 싫다고 해서 일반고로 진학할 예정이지만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해 살면서 아무 필요 없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낭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흥미와 적성을 보이면 그 방향을 키워주는 쪽으로 선택하고 싶다며 정규 교과 과정을 떠날 생각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나는 이제 겨우 초2 부모라 중딩 맘 앞에서 우리나라 교육과 입시제도가 얼마나 썩었는지(?)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외국어를 전공하고 결혼 후 전업주부를 하다가 최근 보험을 시작한 언니의 경력보단 이과 - 컴퓨터공학 전공 - 엔지니어로서 일한 나의 경력을 토대로 아이가 관심 보이는 진로에 대해서는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언니, 언니가 문과 출신이라 살면서 수학이 필요 없었겠지만 공대 가면 여전히 미적분학을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코딩과 프로그래밍의 기본은 수학이에요. 나처럼 수학을 암기과목 대하듯 원리 모르고 외워서 공부해도 수능 점수 잘 받고 대학이야 가죠. 하지만 수학적 논리적 사고가 밑받침이 안되니까 프로그램이 너무 힘들었어요. 인문 예체능 계열이라면 몰라도 IT를 염두에 두면서 수학이 필요 없다는 건 너무 위험한 발언인데요? 결국 00가 선택할 전공이 전기/전자/컴퓨터/기계/산디/미디어/통신 중 하나일 텐데 어디든 수학은 해야 해요."


언니는 잘 몰랐었다라며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학교에서 배운 것이 정말 쓸모가 없는지 어떤 형태로든 인생에 도움이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를 꿈꾸던 시절에는 문창과/국문과를 입학하고 신춘문예에 당선되어야 책을 낼 수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의사, 교사와 같은 전문가 직업 (일명 '사'자 직업)과 특정 직업 외에는 책을 쓰기 위해 국가공인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학창 시절 동경했던 정규 루트를 밟았던 작가들도 새로운 책을 쓰기 위해서는 기관에 등록하여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체험하고 문하생을 인턴으로 취직시킨다고 했다. 창작자의 모든 결과물이 오로지 상상력 기반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상력 또한 결국 배움과 체험의 기반 위에서 올라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착실하게 공부하다 뒤늦게 자기의 길을 발견한 사람도 많다. 채널을 돌리다 방송한 지 날짜가 좀 지난 예능 프로그램인 <비디오 스타>에 출연한 문희경을 보고 약력을 찾아보게 되었다.


문희경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전직 가수이자 래퍼.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원래 가수로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1986년 '1회 샹송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1987년 강변가요제에서 '그리움은 빗물처럼'으로 대상을 따내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문 발라드 가수로서 1989년에 1집 '갈 곳 잃은 연정', 1994년에 2집 '예전 같지 않은 너'를 발표했고, 1993 대전엑스포 앨범에 참여하여 커리어를 이어 나가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수로서 한계를 느낀 문희경은 배우로 방향을 수정하게 되고, 뮤지컬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배우로 변신하게 된다.


또한 2016년 '힙합의 민족'에서 중년의 나이를 무색게 하는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여 국민 할미넴의 이미지도 구축, 새로운 센 언니 이미지를 쌓고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와 함께 '엄마야'라는 곡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는데 '엄마야'는 문희경이 직접 작사한 곡이다. (출처: 아주뉴스)


공부를 하다가 진로를 바꾼 경우는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라기 공원의 원작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

다음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약력이다.

미국의 소설가. 시카고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학력이 특이한데, 처음에는 작가가 되려고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작가가 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최우수(summa cum laude) 졸업하였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객원 강사로 일하며 습작을 하다가 전업 작가로 살게 되면 대다수의 작가들처럼 저작료만으로는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의사로 살면서 부업으로 글을 쓸까 하여 다시 하버드로 돌아가서 하버드 메디컬 스쿨을 졸업했다. 하지만 의학은 상상력이 부족한 분야라며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결국 마음을 잡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출처 : 나무 위키)




나 역시도 언니처럼 아이가 중학생이  무렵이면 우리나라 교육과 입시에 대해 개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 공부가 다 필요 없고 해외로 가면 스트레스 없다는 환상 역시 위험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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