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기획가 Mar 30. 2022

윌 스미스의 폭행과 1인 시위

일상의 이해

며칠 전 오스카 시상식이 있었다. 배우 윤여정 님의 수상보다 더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윌 스미스의 폭행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윌 스미스의 부인 제이다가 삭발을 한 상태로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진행자인 크리스 락이 지 아이 제인을 촬영해도 되겠다며 농담을 한 것이다. 하지만 윌 스미스 부인은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암 환자였고, 이에 격분한 윌 스미스가 무대 위로 올라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 장면은 전 세계로 방송되었다.

  

시상식 및 생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SNS와 포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농담이 지나쳤다, 가족은 드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언어폭력도 폭력이다, 가스 라이팅 당한 거 아니냐 등등.



TMZ라는 연예 관련 매체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 크리스 락의 제이다 조크에 대해서는 충분히 할 만한 말이었다 60%

- 윌의 행동은 폭력이다 80%


윌 스미스의 남우주연상 수상 취소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십 수년 전 옆에서 지켜보았던 유사한 사건이 떠올랐다.




대리 시절, 그 당시는 회사 전체가 밤낮 주말 없이 일하던 시기였다. 요일 밤 12시 반까지 보고가 예정되어 있고 그것도 앞의 순서가 밀려서 취소되기 십상이었다. 주말 회의하다가 정전이 되었을 경우에는 양초를 켜거나 가장 밝은 창가 쪽으로 이동해서 컴퓨터가 꺼질 때까지 회의를 이어가곤 했다. 이렇게 사람을 갈아서(?) 일을 하던 시기였기에 부하직원의 인격이 그다지 보호되지 않았고 농담인지 인신공격인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는 도 많았다.   


어느 요일 오후, 같은 부서 십여 명이 모여 보고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당시 최고 직급의 그분은 소규모의 회의를 하게 되면 누구를 부를 때 이름을 잘 모르니 본인이 기억하기 쉬운 외모 비하하는 별명을 지어줬다. 구준엽 헤어 스타일과 동일한 차장을 '문어'라고 불렀고, 배가 많이 나온 대리는 '굵은 대리'라고 불렀다. 그리고 한 남자 대리에게는 그 당시 앓고 있던 질환을 빗대어 00이라고 불렀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간염? 신장? 당뇨? 통풍?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그 남자 대리와는 평소에 사적인 대화를 하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평소 00 질환을 앓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제야 그가 왜 평소에 휴가를 자주 쓰는지 알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남자 대리는 휴직을 하고 퇴사를 했다. 그렇게 조금씩 기억에서 잊힐 즘이었다.

 

어느 날 낯선 이메일 계정으로 십 수년 전 같은 부서 사람들에게 단체메일이 왔다. 메일을 열어보니 그 당시 퇴사를 했던 남자 대리였다. 그 메일에는 퇴사 당시부터 십 수년 동안 있었던 일이 쓰여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엄청난 일이 많았다.


그분에게 당했던 인신공격과 인격모독에 대해 변호사를 찾아가 소송을 준비했었고 1인 시위도 했다고 했다. 합의를 제안했으나 거절했고 동안 겪은 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며 출판사와 영화사에 컨택 중이라고 했다. 여기까지 보면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인생이며 그의 의지가 강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그리 찬란하지 않았다. 론에서 그의 이야기를 보지도 못했다. 건강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다른 회사에 재취업도 안되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결혼도 하지 못하고 건강도 재신도 없이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된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여전히 저격하고 있는 그 당시 최고 직급의 그분들은 이미 은퇴를 하거나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분들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동네 할아버지가 된 실체가 없는 사람들을 두고 10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그 혼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인생은 어떻게,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자식을 잃은 부모가 오랜 세월 시위를 하며 결국 보상과 합의, 사과를 받아내는 사례는 많이 보아왔다. 자식을 먼저 하늘로 보낸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내 아이의 죽음을 결코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남은 내 인생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허무함이 합쳐져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으리라. 하지만 예전 동료의 모습은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윌 스미스로 돌아와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슈이기에 계속 새로운 뉴스가 나오고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난 그의 팬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본 그의 영화가 맨인블랙?) 지구촌 반대편에 사는 사람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는 후회하고 참회할지 여전히 정당한 행위였다고 생각할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예전 동료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나았을지 좀 더 고민해 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문희경과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통점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