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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Apr 04. 2022

턱걸이 인생의 깨달음

인생의 이해

누군가 육아 (育兒)는 육아(我)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며 내 아이의 재능과 달란트는 무엇인지 관찰하다 보면 나의 재능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난 이때껏 내가 가진 것들이 재능이라고 말하기에 참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공부를 못한 것은 아니지만 1등을 한 적은 없었고, 글짓기를 잘해서 반대표로 뽑힌 적은 있지만  이름 있는 외부 대회에서 수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문창과, 국문과를 선택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기억나는 대학 입시 면접. 3명이 동시에 면접을 들어갔고 교수님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수능점수가 몇 점인가?"

오른쪽 후보부터 순서대로 대답했는데 336점, 333.8점, 331점이었다. 딱 봐도 점수대로  팅한 것이었다. 합격자 발표는 ARS로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내 양 옆의 면접 동기들의 수험번호를 알았기에 그들의 합격 여부도 함께 확인해보았다. 오른쪽 후보 합격, 나 합격, 왼쪽 후보 불합격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턱걸이로 합격했구나.'


대학시절 내내 커트라인 주변에서 맴돌았던 것 같다. 매년 과에서 7명을 선발해 교직을 이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는데 난 8등으로 교직 이수 후보에서 탈락하였다. (진실은 알 수 없다. 난 8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ㅎㅎ) 학창 시절 나의 목표는 학점 3.5를 넘는 것이었고 졸업할 때 겨우 3.51을 만들었다. 전공필수에서 깎아먹은 평균을 계절학기로 끌어올리고 끌어올려서 턱걸이 었다. 이 턱걸이 인생은 입사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과 평과도 계속 C, C+ 몇 년을 왔다 갔다 하다가 진급 직전에 받은 빛나는 A 한 두 개로 간신히 명함 세탁을 했다. 특히나 회사에는 명문대, 해외파 출신에 날고 기는 인재가 많아 더욱 그리 느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선택은 닭의 머리가 아닌 용의 꼬리가 되는 것이어서 그랬을지 모르겠으나 늘 선두그룹을 따라가기 바쁜 고달픈 인생이었다. 눈앞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와 경계선에서의 탈락은 자존감을 떨어지게 하고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은 능력이라고 내세우기엔 보잘것없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DHD 아이를 키우다 보니 수업시간에 착석하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해서 듣고 기억하는 것, 숙제를 제 때 해가고 준비물과 가방을 스스로 챙기는 일이 내게는 숨 쉬듯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약물의 힘을 빌려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속한 그룹 내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싫어도 참고 버텨내는 것, 되든 안되든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해내는 것 또한  게 주어진 달란트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천재적 능력은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재능 덕분에 인세로 먹고살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몇 권의 책을 낼 수 있었고, 스스로 밥벌이할 수 있는 10n연차 직장인이기도 하다. 물론  어디서든 선두그룹이면 인생이 재미있고 즐겁겠지만 턱걸이에서도 보람과 깨달음이 있으니 의미 없는 인생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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