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기획가 Apr 27. 2022

코로나 확진에 따른 맞벌이 가정과 외벌이 가정의 차이

맞벌이의 이해

정말 나와 우리 가정만 빼고 지인들은 모두 한 번씩 걸린 코로나.

우리는 슈퍼 유전자일 거라며 이야기를 나누던 미 확진자 지인 한 명(A)도 어제 드디어 당첨되었다며 전화가 왔다. 초등학생 첫째 아이가 같은 반 친구에게 옮겨온 듯하다며 주변에서 익히 들어온 증상처럼 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는 것이다. 지인은 릴레이 확진이 더 힘들다며 격리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 가족 확진이 되도록 마스크를 벗고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서운하고 재수 없다고 말하는데 첫째가 확진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마자 회사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며 아이가 다 나을 때까지 회사 근처에서 방 구해서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진심 육성으로 "야, 내가 걸리면 네가 간호해야지?! 난 어떡하라고"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 지난 3월 초 아빠를 제외한 온 가족 확진된 다른 지인 B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역시도 초등학생 첫째 아이가 먼저 걸렸고 밤새 열나고 시달리는 아이를 간호하느라 지인이 확진, 엄마와 분리가 안 되는 둘째가 연달아 확진. 이 상황에 아빠는 회사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안 된다며 혼자 안방에서 격리했다고 한다. 그때도 지인이 "남편은 진짜 남이더라. 아픈 가족 간호하기는커녕 회사 출근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회사 동료한테 전염시키면 안 되는데  그것만 걱정하더라. 내가 그렇게 아픈데  밥하고 집안일하고 애 둘 케어하고 그랬어." 어쩜 한 달 전 확진된 B와 엊그제 확진된 A의 이야기가 복사한 듯 똑같은지.


재미난 사실은 이 두  가정은 외벌이 가정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맞벌이 가정은 아이가 확진이 되면 아빠가 아이 간호와 그로 인한 감염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가 경제와 육아를 각각 담당하는 외벌이 가정은 확진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각자 담당이었고, 부부가 경제와 육아를 반씩 부담하는 (물론 평소에는 여자가 훨씬 많이 육아를 하지만) 맞벌이 가정은 확진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지인 사례가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가정적인 일부 남편을 제외한다면 대체적으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A와의 전화 통화로 돌아오자면 A와 B가 남편의 태도에 서운한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그들의 남편이 외벌이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깨에 올려진 부담 역시 이해가 되었다. 가장인 본인이 확진되었을 때 격리기간이 유급휴가로 처리되거나 복귀 이후 눈치를 받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경제적 타격과 불이익이 아픈 가족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으리라. 이런 사항이 모두 보이는 나는 A에게 "A야, 너무 서운해하지 마. 외벌이 가장은 어쩔 수 없어. 다른 집도 비슷하더라. 다 그놈이 그놈이야. 이효리도 그랬잖니 ㅎㅎ 너무 많이 아프지 않고 빨리 걸리고 잘 지나가도록 기도할게."


내가 이렇게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남편 아내 두 입장을 고루 살필 수 있는 것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맞벌이와 외벌이 사이에 걸쳐있는 (내가 휴직 상태인) 우리 집안에서 아이가 확진이 된다면 과연 신랑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작가의 이전글 턱걸이 인생의 깨달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