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기획가 Apr 29. 2022

교사도 한 명의 직장인이라는 사실

육아의 이해

지인 중 한 명이 올해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지인의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나 늘 작고 발달도 느린 편이었기에 지인은 휴직을 하고 아이의 첫 사회생활 적응을 돕기로 했다. 그리고 3월 입학하여 4월이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 단 2개월 동안 내가 옆에서 듣기만 해도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첫 번째, 말로만 듣던 1학년 3월에 학폭위가 열렸다.

지인의 아이를 때린 같은 반 친구가 다른 아이도 때렸는데, 담임 선생님은 그 현장을 보지 못했고,

(가해자라는 표현을 쓰기 싫지만) 때린 아이와 부모가 사과 없이 넘어갔다.

맞았던 아이도 사건이 있었던 다음날 코로나 확진으로 1주일간 학교를 가지 않아서 어영부영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격리 해제 후 다시 학교를 나갔을 때 예전에 때렸던 아이는 또다시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다른 아이의 부모가 학폭위를 열은 것이다.


두 번째, 지인의 아이는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보여 담임선생님이 도움반을 제안하셨다. 선생님께서 이 사안을 윗선에 보고하여 지인 부부와 담임 선생님 외 교감선생님, 학생주임 선생님, 도움반 선생님 모두 참여하여 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회의 중간에 선생님께서 병원 진료가 있다고 먼저 일어났다고 한다. 다행히 회의는 원만하게 끝났고 회의 후 다음과 같이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런데 언니, 나는 선생님이 좀 서운하더라. 우리는 아이 아빠가 회사 월차 써가며 시간 맞춰서 회의 참석했잖아. 담임 선생님이면 자기 반에서 일어난 일인데 회의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지도 않을까? 병원 진료 시간 조정은 정말 힘들었을까? 회의하는 동안에 정말 눈도 한 번 안 마주치고 대답도 너무 기계적이었어."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한 바 있듯이 내 일이 아니면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다.


"너에게는 첫 담임 선생님이라 서운할 수도 있겠는데, 내가 보기엔 선생님도 한 명의 직장인이더라. 선생님도 3월부터 학폭위에 도움반에 참 힘드셨나 보다. 회의 중간에 나가신 거 보면 혹시 휴직하시는 거 아닐까? 왜 우리도 휴직 앞두고 있으면 마음이 붕 떠서 회의도 대충 들어가고 펑크내기도 하고 그러잖아."

"아 정말? 이제 4월인데 휴직이??"

"학기 중에 휴직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병원 다니신다니 진단서 제출하면 병가나 휴직 가능할 거 같아. 우리도 육아휴직 전에 사사 휴직해봤잖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언제든지 담임선생님이 바뀔 수도 있겠다고 염두에 둬. 내 느낌은 그래."

그리고 1주일 뒤 나의 예측대로 지인의 담임선생님은 휴직을 하셨다. 정말 힘드셨나 보다.


예전에는 "어떻게 선생님이 그럴 수가?" 그런 생각을 종종 했다. 교사라면 술을 마셔도 안되고 짧은 치마를 입어도 안 되고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하고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사랑해야 하고 업에 있어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뭐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들.

부모가 되어보니 깨물었을 때 덜 아픈 손가락이 있는데 내 자식도 아닌 3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 논리구나 깨닫게 되었다.


또한 10n연차 직장생활을 해보니 교사 역시 한 명의 직장인이라는 것도 느낀다.

모든 직장인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사명감을 가지지 않듯, 선생님 중에도 교사라는 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데 돈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한숨 쉬며 출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해와 연민을 가지면 기대도 낮춰지고 그래서 서운함도 덜해진다.


공립학교에 보내는 이상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도록 기도하는 일이라던데,

아무쪼록 지인의 아이가 다사다난한 3,4월의 일은 잊고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확진에 따른 맞벌이 가정과 외벌이 가정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