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기획가 Aug 30. 2021

질문의 힘

3년 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SW 개발부서의 상무님이 계셨다.

S대 박사 출신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대 중반의 1년 차 상무. 

아직 밑의 사람을 쥐어짜거나 성과를 위한 도구로 삼지 않으며 직급에 관계없이 상대를 존중하는 정말 신사 같은 분이었다. 부서는 다르지만 꽤 가까이 일했고 해외출장도 함께 했기에 회의에서든 회식에서든 식사자리든 마주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사적인 이야기도 할 계기도 있었다.


사석에서 나눈 대화 중 아직도 기억나는 상무님의 말씀이 있다.

학회에 참석을 하게 되면 논문을 한편도 안 쓴 사람은 한 편을 쓰고 발표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같은 분야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에게 연구방향에 대한 조언도 듣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의 논문을 쓴 사람 역시 열 편의 논문을 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열 편의 논문을 쓴 사람은 백 편의 논문을 쓴 구루급 인사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대체로 2박 3일 또는 3박 4일 짧은 일정이고 본인 발표 준비에 다른 세션의 세미나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신보다 고수를 찾아가고 싶어 하지 본인보다 하수인 사람에게 시간을 많이 내줄 수가 없다. 그들을 만나봤자 자기가 다 아는 질문만 하고 새로울 것도 배울 것도 없는 시간 낭비가 되기도 한다. 그때 나보다 고수인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비기는 바로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질문이 아닌 핵심을 찌르는 비범한 질문이라고 하셨다.




몇 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아직 기억에 또렷한 것은 그 논문이라는 단어를 책으로 치환하면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무명이지만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해본 저자로서 내가 조언받을 거리가 전혀 없는 작가 지망생이  "글이 안 써지는데 책은 도대체 어떻게 쓰나요?"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떻게 이 자리를 컨설팅은 유료라고 말할까 이런 생각이 먼저 나 역시도 책을 기반으로 인플루언서들에게 조언을 얻고 싶지 내 시간과 열정을 쏟는 건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냥 주변의 책 쓰기 코치에게 소개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이다.


하지만 기꺼이 내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는 책을 처음 쓴 그 열정으로 나를 다시 일깨울 수 내가 모르는 분야에 조언을 줄 수 있을 때, 함께 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내가 예상치 못한 부분을 환기시키고 일깨워 줬을 때이다.


고수를 만나고 싶다면 질문을 하라. 다만 평범하고 평이한 질문 말고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신선한, 예상치 못한 질문이어야 한다. 그러면 그는 당신에게 시간을 내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조직의 룰을 익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