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공식적으로 부서를 이동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Job Posting (잡 포스팅 이하 잡포)이라고 하는데 이 제도를 통해서 단순히 부서 이동뿐만 새로운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다. SW엔지니어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도 잡포스팅을 통해 기획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경영학이나. 상경계열 인문계열 전공자가 기획업무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대출신 +개발자 백그라운드를 가진 나로서는 잡포를 통해 부서를 이동하는 것은 커리어 세탁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시작이었다.
특히나 나는 잡포를 하면서 근무지역도 100km 넘게 이동하여 이사도 하였기에 거의 이직을 하는 것만큼 (이렇게 말했지만 직장생활 20년 하는 동안 이직의 경험은 한 번도 없건
하다) 모든 것을 새로 세팅하는 기분이었다.
잡포는 해마다 1~2번 정기적으로 공지가 떴기 때문에 잡포 시즌이 되면 선후배, 동료 등 많은 지인들이 내게 잡포 비결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얼마 전에도 같은 부서 동료 중 한 명
이 잡포에 최종 합격하여 6월 1일 자로 발령이 날 예정이다. 나의 경험, 그리고 동료의 경험을 통해 잡포 성공의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많은 직장인들이 공개채용이라는 과정을 통해 입사를 했을 것이다. 경력채용의 경우는 어느 부서에서 일할지 알거나, 채용할 부서의 리더가 인터뷰를 직접 하기
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입사 전까지는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할지 잘 모르는 상태이다. 외부인이므로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그래서 서류-면접의 회사 내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따르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잡포는 다르다. 같은 회사 임직원 대상이므로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연을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옮기고자 하는 부서의 리더와 친
분이 있거나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그 부서의 T0가 몇 명인지, 부서 이동 후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부서 분위기는 어떨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부서장과 미리 협의하여 면접을 보고 합격 확언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잡포 프로세스는 그야말로 행정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나의 경우는 인사팀과 미리 협의한 경우였다. 현재 부서와 인사팀에서 어느 부서든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최종 발령이 나기까지 5개월 가까이 면담을 했다. 협박과 회유, 눈물에의
호소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었다. 사실 개인이 부서를 옮기고 싶다고 쉽게 OK해주는 리더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잡포를 통해 신규인력을 받는 부서 입장에서는 여러 명의 후보자 중에 적극적으로 먼저 찾아와서 어필하거나 인사팀과 협의된 사람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후보자는 이미 회사에서
검증된 임직원이므로 아주 특별한 스펙의 보유자 외에 실력은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에 공지문에 뜬 잡포를 보며 그때서야 지원서를 쓰는 사람과 미리미리 사전작업을 하는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본인이 부서를 옮기고자 한다면 미리미리 무슨 업무를 하는 곳인지 알아보고 부서장을 만나 자신을 어필하며 T0를 알아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회사 안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키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