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에서 살아보기

온타리오의 작은 시골 동네에서의 일기

by Mong

3월 15일. 한 달이 더 지나면 내가 캐나다에 도착한 지 딱 3년이 된다. 어제 큰 애가 목 주변으로 작은 결절이 만져진다고 얘기를 했고 한국에 있는 아내와 나는 긴장 속에서 우려 섞인 긴 통화를 해야만 했다. 혹시 완치됐다던 아이의 병이 재발이라도 된 걸까? 재발되었다면, 혹여 그런 의심이 든다면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해야만 한다. 영주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플 수 없는 곳. 듣자 하니 애써 시민권을 따낸 분들도 정작 큰 병이 걸리면 귀국을 선택한다는 이곳은 표면적으로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무상의료 국가이다. 그 나라가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과 의료의 실질적인 질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선진국가. 사실 몇 년 전 잠깐 살았던 남태평양의 후진국 피지도 무상의료 국가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어쩌면 차라리 도떼기시장 같이 복작거리고 마치 우리나라의 6,70년대를 연상시키던 피지의 병원이 환자들의 접근성 면에서는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 되었건 병의 위중함이나 긴급함을 고려했을 때, 아이의 치료를 여기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이곳을 정리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치니 이곳의 기록들을 제대로 남겨놓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이 생겨난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 굳이 한국 사람들이라면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캐나다의 작은 시골에서의 삶은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누군가에게 들려줄만한 얘깃거리들도 많았다.

기억이 남아있는 데까지 지금부터 하루하루의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또다시 눈이 내린다. 작년 이맘때에도 이렇게 눈이 내렸을까? 작년에 이곳은 적어도 올해보다는 온화했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은 다소 건조하고 삭막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는 눈이 자주, 많이 내려서 창밖의 풍경이 늘 포근하다.


올해 들어 이 동네의 가장 큰 뉴스는 그동안 24시간 문을 열었던 동네 마트 Foodland가 심야영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시골이지만 London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24시간 마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비록 그 시간대 마트 이용이 많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쉬움과 허전함이 큰 건 어쩔 수 없다.


이 동네는 인구 3천의 작은 타운이지만 제법 필요한 시설들이 고루 잘 갖춰진 시골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가 있고, 우체국, 헬스센터, 갤러리, 달러 샾, 슈퍼마켓, 자동차 수리점, 캐네디언 타이어 등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굳이 다른 도시에 가서 구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사람이니까 한 달에 한, 두 번 런던의 한인마트나 중국 마트를 이용해 한국식품 식자재를 구입해 오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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