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g Oct 03. 2020

하바나 오비스포 거리

쿠바의 명동거리

액자에 걸린 유명인의 사진과 낙서 그리고 모히또로 유명한 술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비스포 거리에 이르자 거짓말처럼 구름을 뚫고 해가 나왔다. 짙은 구름에 덮여 어두컴컴했던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햇살을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환하게 밝아졌다. 캐러비안 카페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비스포의 좁은 골목들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오비스포에는 많은 라이브 카페와 기념품 가게, 식당들이 모여 있다. 쿠바의 명동거리다. 오비스포의 초입에는 헤밍웨이가 자주 찾아서 데낄라를 즐겼다는 플로리다 카페가 그중 유명하다. 오비스포를 걷다 보면 끝없이 골목들이 겹쳐지고 다시 흩어지는데 그렇게 갈라지는 어느 한 골목으로 접어들어가 보면 오비스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하바나 서민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오비스포의 유명 술집. La Bodeguita Del Medio.
올드카 투어의 명소 중 하나.
오비스포의 책방.
공연 중인 로컬 밴드.
거짓말처럼 햇살이 비추는 늦은 오후의 오비스포.
오비스포 옆 골목.

오후 햇살이 오래되고 낡고 낮은 건물들 사이로 파고들어 골목 어귀에 떨어지면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릿결이 황금빛으로 그 햇살을 튕겨냈다. 그렇게 튀어 오른 햇살이 층층 발코니마다 걸려 있는 하얀색 빨랫감들에 닿아서 펄럭거렸다. 구름 뒤에 오래 웅크리고 있던 햇빛은 마치 자기 세상을 만난 듯, 오비스포의 골목들을 펄떡거리며 뛰어다녔다.

오비스포쪽 골목들이 다 세련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까사 앞에 모여 있는 동네 사람들.
해가 나자 밖에 내걸린 빨래들.
파티 타임?
한 번 사 먹어 볼 걸...
경찰 순찰차.

좁은 골목들은 관광객들과 장사치들로 분주했다. 자전거 택시들은 끊임없이 호객을 했다. 나는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건물들의 벽은 시멘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거나 혹은 파스텔톤의 색깔들로 칠해져 있다. 수채화 물감으로 칠해 놓은 듯한 하바나 거리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피사체다. 지나가는 올드카들도, 자전거 택시나 꼬꼬 택시도, 패셔너블한 이 도시의 사람들도 모두 개성 넘치는 멋진 피사체였다. 사진가에게 이 도시보다 더 매력적인 촬영 장소가 또 있을까?

카페테리아. 가격이 저렴하다.
올드카 택시.
공예품 가게.
스몸비는 여기에도 어김없이.
일부러 조명을 쓴 듯한 느낌.  이럴 때 이런 느낌이 거리 촬영의 결정적 순간이다.
나이키 광고모델 같음.

그 매력 넘치는 수많은 피사체들 중 으뜸은 역시 쿠바인들이다.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멋쟁이들이다. 각양각색의 옷들을 자기 나름대로 멋지게 잘 소화해 낸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멋진 옷들을 구해서 코디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곳의 공산품 물가는 역시 굉장히 비쌌다. 플라자호텔 맞은편에 카메라 가게가 있어서 상품 가격을 봤더니 미국의 리테일 가격보다 대략 50프로 정도는 더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멕시코시티 마지막 날 카메라 에어브러시를 잃어버려서 그것을 구하려고 다녀 봤는데 고작 10불 남짓한 것을 어느 핸드폰 수선 가게에서 60불 달라고 하는 것을 듣고 기가 막혔다. 심지어 중고였다. 쿠바에서 생산되지 않는 모든 것들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대신 먹는 것들은 쌌다. 오비스포에도 몇 군데 길거리 피자, 스파게티 가게들이 있는데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인 피자 하나와 구아바 음료수 같은 걸 같이 시켜 먹어도 1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쿠바를 여행했던 사람들이 하도 길거리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걸 먹지 말아라. 배탈 날 수 있다고 겁을 줘서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여행 중반부터는 걷다가 눈에 띄는 대로 사 먹게 되었다. 일단 싸고, 맛도 좋았다. 여행후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 길거리 피자와 파스타, 구아바나 망고주스 맛이 떠오른다. 워낙 많이 걸어 장운동이 활발해서였는지 먹고 탈 난 일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배탈약은 필히 상비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한눈에 봐도 위생 상태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으니까.

오비스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바나 여행 중에는 매일같이 가게 되었다. 일단 단골 식당이 거기 있었고, 언제 가더라도 오비스포의 그 분주하고 활발한 느낌이 좋았으며 하바나의 또 다른 어트랙션들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5년 3월의 어느 날, 카페 캐러비안에서 만납시다.라고 누군가와 약속을 하면 어떨까? 그때까지 그 식당은 남아 있을까. 코로나는 해결되어 있을까. 쿠바에서 제일 번화했던 오비스포의 낭만을 추억한다.

란제리 상점.
올드카. 해가 나니 색깔이 좋다.



이전 05화 소나기가 내린 후 하바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