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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Jan 09. 2021

다시 하바나로

고향에 돌아온 듯 반가웠던

호세 미구엘 고메즈 기념비 근처의 학교 기숙사.

전날, 시엔푸에고스에서 하바나로 떠나는 비아술을 예매했다. 몇 번 해 보 한결 수월해졌다. 이번에는 캐리어를 따로 짐칸에 맡기지 않았다. 작은 캐리어 하나에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비아술 요금은 20 cuc. 하바나까지는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다. 쿠바에 도착한 후 나는 곧바로 조안나 까사로 향했다. 산타클라라로 떠나기 전에 10 cuc을 주고 예약했던, 한국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숙소다. FIJI와 홍콩 여행 이후로 처음 도미토리에서 묶게 되었다. 배정된 2층 방에는 침대가 세 개 있었는데, 마침 이 날은 다른 손님이 없어서 홀로 방을 쓰게 되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날 이용했던 배드의 튀어나온 용수철 때문에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었다, 캐나다에 돌아가자마자 배드 버그에 물린 줄 알고 숙소에도 못 들어 간 채 코인 런드리에서 옷들을 열풍 건조하고, 워크인 클리닉에 가서 진찰을 받느라 허둥지둥했던 악몽이 떠오른다. 배드 버그의 경우는 작은 홍반이 열지어서 나타나고 가려운데, 내 증상은 접촉성 알레르기가 심하게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을 의사로부터 듣고 안도했다. 도미토리에서 짐을 보관하는 것은  불안다. 열심히 캐리어를 잠그고 그것을 다시 침대에다 묶고 내려가니까 그제야 주인이 방 열쇠를 건네주었다. 숙소 위치까삐톨리오 바로 뒤편이라 여기저기 다니기는 편리했다.

그동안 많이 다녔던 오비스포 대신에 올드 하바나의 서쪽에 위치한 일명 대통령의 거리 쪽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 거리의 남단에 호세 미구엘 고메즈 기념비가 웅장하고 아름답게 세워져 있다. 이 분은 쿠바 독립전쟁에서 하바나의 군대를 이끌었던 장군이었고, 쿠바의 2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쿠바 정치사의 주요 인물이다. 기념비는 북쪽의 카리브해를 바라보고 세워져 있다. 기념비에서부터 말레꼰까지 워크 웨이가 공원처럼 펼쳐진다. 그 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동네와 사람들을 구경했다. 중간에 흉상 몇 개가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파나마와 에콰도르의 유명한 독재자였다.

말레꼰까지 가서 나는 시내버스를 잡아타고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그 늦은 오후가 되었다.

기념비 앞 버스 정류장.
쓰레기 봉투가 패션의 일부인 듯 느껴짐.
맹인을 도와주는 동네 사람들.
도색한지 얼마 안되는 올드카 택시.
좀 보기 드문 스타일의 올드카 투어 택시.
오마르 토리호스 흉상. 대통령 되기를 거부했던 파나마의 독재자. 1929-1981.
엘로이 알파로. 19세기 후반부타 20세기초까지 쿠데타로 집권한 에콰도르의 독재자.
꿈속에서 그는 누구를 만나고 있을까?
독재자의 흉상들이 늘어서 있는 곳 앞에 있는 프레지던트 호텔.
벌써 수업이 끝났나?
교복인 듯 교복아닌 교복같은 교복을 입고...
니들 보느라 옆에서 뭔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 못했다. ㅜㅜ
왼팔도 같이 베고 자야 목이 안 꺽일 것 같은데...
쿠바의 청소부.
말레꼰을 달리는 이층 투어버스 T1.
이쯤되면 타이트한 유니폼들은 쿠바의 의무조항이 아닐까 싶다.
터프 그랜맘.
그의 시선은 오로지 다가올 버스를 향할 뿐.
폼은 그럴싸 하지만... 소리는 잘 안났다.
여군.
오...히현다이!
패션...패션...
이 택시의 시트는 레이싱카에서 뜯어온 건가?
그의 연주가 궁금했다.

며칠 만에 다시 돌아온 하바나의 거리는 고향처럼 익숙했다. 익숙함은 사진 찍기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즐겨 찾았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다. 꼭 다시 올 것처럼 숙제로 남겨 놓은 일들이 많았지만 글쎄 그 다음이라는 것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다시 이곳에 왔을 때 이번에 그랬던 것만큼의 설렘과 흥미가 있을까? 여행지든 맛집이든 심지어 사람이든 과거와의 조우는 늘 반갑기만 한 것 아니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추억은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포장되고 각색되지만 다시 그 기대 가득한 과거와 맞닥뜨리면 알 수 없는 실망감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러니 가능한 숙제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다음 여의 테마를 조금 바꿔 보거나, 쿠바 횡단하는 동선을 짜 보거나, 누군가를 데려와 이것저것 아는 척을 하며 가이드를 해주거나, All inclusive resort를 이용하면서 여러 액티비티를 해본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속 버킷리스트였던 쿠바 여행의 마지막 날.

내일은 쿠바의 일출을 볼 것이다.

거리로 쏟아져 내린 햇살이 분주하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갑자기 양봉업자 손흥민이 떠올랐다.
쓰레기 더미를 비추는 때 이른 가로등.
빨간 색 대문과 간판과 티셔츠.
은근히 마작들을 많이 한다.
잡초가 자라나는 폐건물,
저 아주머니가 햇빛 속으로 들어갔을 때 셔터를 눌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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